필리핀서 정권 비판한 기자 피살···마르코스 정권에서 두 번째읽음

김서영 기자
살해된 필리핀 언론인 퍼시벌 마바사. 유튜브 캡쳐

살해된 필리핀 언론인 퍼시벌 마바사. 유튜브 캡쳐

필리핀에서 정권을 비판한 언론인이 살해당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마르코스 정권 출범 후 3개월여 만에 두 번째 언론인 피살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필리핀 경찰을 인용해 저명한 라디오 진행자이자 기자인 퍼시벌 마바사(63)가 지난 3일 밤 수도 마닐라 라스 피나스의 주택가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성 2명에게 총격을 받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마바사의 자택 근처다. 경찰은 도주한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제이미 산토스 현지 경찰서장은 “총격이 미디어에 종사하는 피해자의 직업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이번 살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언론인 연합은 “이 사건이 수도 마닐라에서 일어났다는 것은 당국이 언론인과 일반 시민을 보호하는 일에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인 연합에 따르면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가 지난 6월30일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언론인 살해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달 라디오 방송기자 레이 블랑코가 칼에 찔려 사망했다.

마바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마르코스 현 대통령의 정책과 관료들을 비판하는 영상을 게재해 왔다. 구독자는 21만6000명 수준이다. 최근에도 정부 주도 설탕 수입과 관련된 부패를 고발해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직하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마바사의 형제이자 함께 기자 활동을 해온 로이 마바사는 경찰이 차에 있던 카메라를 비롯한 CCTV 자료를 여전히 모으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수사에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죽음의 배후에 있는 이들은 마바사로부터 비판받았던 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퍼시벌, 가족, 그의 직업뿐만 아니라 그가 사랑한 필리핀과 진실을 향해 저질러진 범죄”라고 규탄했다.

필리핀에서 언론인 의문사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필리핀에선 지난 35년 동안 언론인 187명 이상이 살해됐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집권 6년 동안 숨진 이들은 최소 23명에 달한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에서 올해 필리핀은 ‘나쁨’으로 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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