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운영의 비효율 등을 이유로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
복지부·노동부로 이관해 업무 수행
“업무 중복 흔한 일, 설득력 떨어져”비판도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의 535개 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4월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가 정부 운영의 비효율 등을 이유로 여성가족부를 없앤다. 확정된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여가부의 주요 기능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국가보훈부 승격·재외동포청 신설도 포함됐다.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을 의원입법 방식으로 추진키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6일 오후 2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여가부를 폐지하고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은 복지부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신 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해 인구·가족·아동·청소년·노인 등 생애주기 정책과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을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부처 간 교섭을 위해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장에게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처럼 장관과 차관 중간의 위상과 예우를 부여하기로 했다. 또 여가부의 여성고용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옮겨진다.
정부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격상하고, 외교부 장관 소속으로 재외동포청을 신설하는 안도 내놨다.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 지원정책 강화, 영사·법무·병무 등 원스톱민원 서비스 제공 등의 역할을 맡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우주항공청과 출입국이주관리청 신설은 이번 개편안에선 빠졌다. 정부는 전문가 조직 구성, 의견수렴 등을 통해 연내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 부처는 기존 18부·4처·18청·6위원회에서 18부·3처·19청·6위원회로 바뀐다. 총 부처 수는 46개로 변함이 없다.
정부는 여가부 폐지 이유로 여성·청소년 등 특정 대상 업무 수행으로 생애주기에 걸친 종합적 사회정책 추진이 곤란하다는 점을 들었다. 현재의 여가부 형태로는 심화되는 세대 및 성별 갈등, 인구 구조·가족 변화 등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노동부와 여가부의 업무영역이 중복돼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점도 폐지 근거로 삼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환경변화에 따라 여성 정책의 패러다임을 양성평등으로 전환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 측면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신설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통해 종합적 생애주기 정책을 마련하고, 국무총리 소속 양성평등위원회도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무리하게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를 제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부처 간 업무 중복은 흔한 일로,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와 복지부는 주거복지 영역에서 업무영역이 일부 겹친다. 국토교통부가 버스운전기사의 노동 여건을 담당하지만, 노동부 또한 함께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
정부 부처 폐지로 사회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 역시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정책의 초점은 점차 성평등에 맞춰져 가고 있는데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을 양성평등으로 전환하겠다”는 이 장관의 발언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이 장관은 “여가부 업무가 복지부로 가더라도 차관보다 급이 높은 본부장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기능이 격상되는 것”이라며 “(복지부와)더 많은 협업으로 일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입법 절차와 관련해 그는 “이미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경과된 만큼 입법예고 기간이 필요한 정부 입법보다는 신속한 추진을 위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처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