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의 계절

② 모다모다 이후 염색샴푸 우후죽순, 안전성과 효과는?

박효순 기자

■염색+탈모샴푸 표방, 새치 숨기다 건강 해칠 가능성 제기

■염모제 성분의 위험성, ‘매일 사용 기준으로’ 재검증 필요

■탈모증에 흰머리 소비자들 현혹하는 과장 불법 광고 횡행

“염색샴푸의 각 염모성분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샴푸로 사용할 때를 상정하여 전면적으로 다시 실시해야 한다. 소비자 주의사항 표시나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 소비자 이용 가이드 등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미래소비자행동)

새치는 젊은 사람의 검은 머리에 드문드문 섞여서 난 흰 머리카락을 말한다. 새치가 늘어나면 이를 염색하는 경우가 많다. 새치는 탈모증과 함께 ‘머리카락 고민의 2중주’를 만들어 낸다.

염색은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염색 성분 자체가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유전자 변형이나 암 발병 등에 영향을 미친다. 젊게 보이려는 데 성공한 이면에 건강을 해치는 후폭풍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염색샴푸가 봇물이다. 매일 머리를 감으면서 간편하게 새치를 염색할 수 있다는 광고나 홍보가 넘친다. 그러면서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도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미래소비자행동(상임대표 조윤미)이 6일 발표한 조사자료를 보면, 지난 8월 현재 시중에 유통중으로 구매 가능한 염색샴푸는 총 35종에 달한다. 미래소비자행동이 이들 염색샴푸에 대한 성분 및 표시현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원리와 성분에 따라 크게 4개 유형으로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염색샴푸들의 안정성과 효과는? 인터엣 포털사이트에서 염색샴푸 이미지를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한다.

이 염색샴푸들의 안정성과 효과는? 인터엣 포털사이트에서 염색샴푸 이미지를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한다.

주요 염모 성분이 여러 유형으로 혼재되어 있으며 염모 기능성을 인정받지도 않은 채 탈모 기능성으로 인정받은 후 염색기능을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제품도 많음에도 이에 대한 소비자 주의사항이나 제품별 차이점 등에 대한 안내는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소비자행동은 “소비자를 위한 안전사용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상태에서 염색샴푸가 우후죽순처럼 판매되고 있다”면서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소비자 안전을 위한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소비자행동의 분석에 따르면, 유통 중인 염색샴푸는 총 4개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유형은 1,2,4-트라이하이드록시벤젠(이하 1,2,4-THB)이 들어있는 샴푸이다. 이런 유형의 샴푸에는 폴리페놀이 들어있는데, 업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폴리페놀이 산소와 결합하여 산화되면서 색이 변하는 원리를 샴푸에 적용시킨 것”이라고 한다. 이때 “1,2,4-THB는 염모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불용성 폴리페놀을 수용성으로 전환시켜 모발에 최대한 많이 남아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업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1,2,4-THB는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성분이다. 유럽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SS)의 성분 위해평가에서 생식독성이 드러나 2022년 올해부터 유럽과 아세안 국가에서 전면 금지되었다. 우리나라 화장품법에서 1,2,4-THB는 영구 염모제, 즉 기능성 고시 염모제가 아니며 일시적 염모제로 허용된 색소 리스트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 그러나 사용할 수 없는 원료 목록에도 등재가 안돼 있다. 그래서 사용이 가능하다.

식약처는 2020년 위해성 평가를 마치고 사용금지 추진을 밝혔다. 사용금지를 위해서는 고시개정을 통해 화장품원료 사용금지목록에 1,2,4-THB를 등재해야 한다. 고시개정이 늦어지는 사이 안전성 논란을 뻔히 알면서도 법의 허점을 악용하여 1,2,4-THB성분을 이용한 제품이 출시됐다. 식약처가 고시개정을 준비하고 있던 2021년 8월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 샴푸’(모다모다)가 출시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1,2,4-THB 성분이 들어있는 염색 샴푸들의 요약 정보. 미래소비자행동 제공

대표적으로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1,2,4-THB 성분이 들어있는 염색 샴푸들의 요약 정보. 미래소비자행동 제공

식약처가 2022년 3월 뒤늦게 이 성분을 금지성분 목록에 올리는 화장품법 개정안을 고시했으나 규제개혁위원회가 “식약처와 해당기업이 함께 위해평가를 다시 하라”는 권고를 내리면서 시행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미래소비자행동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가 1,2,4-THB 성분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고, 이로 인해 이 성분을 사용한 염모 샴푸가 시중에 봇물 터지듯이 출시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했다. 미래소비자행동의 조사 결과 시중에 유통되는 35종의 샴푸 중에서 1,2,4-THB가 활용된 제품은 총 8종이다(표 참조).

둘째 유형은 타르색소가 들어있는 샴푸로 총 12종이다. 까매라모 블랙샴푸, 닥터그루트 블랙리커버 새치커버 탈모샴푸, 댕기머리 더블랙 새치커버 염색샴푸, 댕기머리 예담 프리미엄 블랙 샴푸, 려 더블이펙터 탈모증상완화 블랙샴푸, 리엔 물:들임 새치커버 샴푸, 셀럽 블랙테라피 새치샴푸, 스티즈랩 리얼블랙 새치 염색 블랙 샴푸, 아브카 블랙 헤어 컬러 샴푸, 아임브로 리턴 샴푸 내츄럴 블라운 치치라보 블랙샴푸, 헤어플러스 염색 톤다운 블랙 본드 샴푸 등이다. ‘스티즈랩 리얼블랙 샴푸’에는 1,2,4-THB와 타르색소가 모두 들어 있다.

타르색소란 콜타르 혹은 그 중간 생성물에서 유래되었거나 유기합성으로 얻은 색소를 뜻한다. 화장품법 행정규칙 ‘화장품의 색소 종류와 기준 및 시험방법’에 따르면 염모용으로 허용된 타르색소는 총 31종이다. 이 타르색소들은 보통 모발을 코팅하여 일시적으로 색을 변화시키는 헤어틴트, 헤어트리트먼트 제품에 이용되어왔다. 미래소비자행동은 “날마다 머리를 감는 방식의 염색샴푸에 사용되어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식약처의 위해평가와 더불어 안전한 사용법, 주의사항 표시 등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셋째 유형은 기능성 염모제 고시 성분이 들어있는 샴푸로 35종 중 12종이 이에 해당한다. 글라디올 체인지 염색샴푸, 꾸띄르헤어 원스텝 컬러체인지 커버 블랙 샴푸, 더마클라센 컬러체인지 염색 샴푸, 데생 새치 염색샴푸, 메르센보떼 컬러 체인지 염색샴푸, CKD 아미노비오틴 퀵 블랙샴푸, 스미브 컬러 체인지 샴푸, 에이지핏 블랙체인지 기능성 염색 샴푸, 제니하우스 블랙빈 염색 샴푸, GDS 딱한번 블랙 모 염색 샴푸, 청담스타일 포레스트 블랙체인지 염색 샴푸, 튠나인 내추럴 체인지 컬러 샴푸 등이다.

이 유형은 염모제가 들어있는 1제와 산화제가 들어있는 2제가 하나의 용기 안에 분리되어 들어있는 것이다. 샴푸의 기능이 더해졌다는 것이 다를 뿐, 원리와 구성은 일반적인 염모제, 흔히 말하는 염색약과 마찬가지이다.

식약처 기능성 인증을 받았고 다른 유형에 비해 염색 효과도 빠르고 오래 가지만, 과연 염색약을 샴푸처럼 머리를 감으며 날마다 써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식약처의 명확한 입장이 없다는 것이 미래소비자행동의 견해이다. 또한 이런 지적도 했다. 해당 염모제 성분에 대한 기존의 위해성 평가는 몇 주~몇 달 간격을 두고 사용하는 일반 염색약을 기준으로 이루어진 만큼 샴푸형 염모제가 안전한지 별도의 위해평가가 필요하다. 특히 이 유형에 해당하는 몇몇 샴푸에는 식약처가 최근 사용금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염모제도 포함돼있어 소비자에게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

최근 식약처에서 유전독성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사용금지 목록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14개 성분이 사용된 샴푸는 총 3종이며, 에이치엠제이코리아의 ‘꾸띄르헤어 원스텝 컬러체인지 커버 블랙 샴푸’, 웰본의 ‘청담스타일 포레스트 블랙체인지 염색 샴푸’, 토니모리의 ‘튠나인 내추럴 체인지 컬러 샴푸’ 등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염색샴푸 스폰서 광고 상위 목록. 네이버에서 염색광고를 검색하니 이렇게 나온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염색샴푸 스폰서 광고 상위 목록. 네이버에서 염색광고를 검색하니 이렇게 나온다.

넷째 유형은 1,2,4-THB, 타르색소, 기능성 고시 염모제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폴리페놀만으로 갈변 효과를 내는 샴푸이다. 리즈케이 알 블랙 샴푸, 모나케어 블랙샴푸, 므지개 프로솔루션 더 블랙 샴푸, 포고니아 모까망 블랙헤어 샴푸 등이다.

사용된 폴리페놀 함유 식물추출물은 탄닉애씨드, 갈릭애씨드, 검은콩추출물, 검은깨추출물, 카페인 등 다양하다. 보통 갈변을 주장하는 샴푸에는 1,2,4-THB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1,2,4-THB를 사용하는 업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넷째 유형의 샴푸들은 1,2,4-THB 없이 이온결합이나 모발고정제, 매염제 등을 활용해서 폴리페놀이 모발에 부착되는 기술을 구현했다고 한다. 이들 샴푸의 경우 업체가 광고하는 것과 같은 염모 기능이 충분히 나타나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이들 샴푸 모두 탈모완화 기능성만 받았거나 아니면 기능성 인정 자체를 받지 않은 일반샴푸이다.

1,2,4-THB 염모성분을 사용한 8개 제품은 모두 탈모기능성 인정 제품이었으며, 타르색소를 이용한 경우는 탈모기능성 인정제품 10개, 기능성 인정 받지 않은 경우 2개였다. 기능성 염모제 고시성분을 사용한 염색샴푸 12종은 모두 모발의 염모 기능성 인정을 받았다. 폴리페놀 성분만 함유된 4개 제품은 탈모기능성 2개, 기능성 받지 않은 경우 2개 제품이다.

미래소비자행동은 “앞으로도 염색샴푸 제조기업에 대해 업체가 주장하거나 표시 광고한 새치 염모기능을 증명할 수 있는 시험 자료를 요구할 예정”이라며 “특정 기능성 인정 없이 이루어지는 광고에 대해 허위, 과장성에 대한 평가를 지속하여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또한 “정작 소비자 우려와 피해가 많은 현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식약처는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인 소비자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미래소비자행동은 염색샴푸 소비자피해 신고센터 (02-575-1372, www.can.or.kr)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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