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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논란’이 되면서 폭 좁아진 ‘성평등 논의’

입력 2022.10.10 03:00

수정 2022.10.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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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개정 교육과정안에 대한 논의에서 다시 한번 ‘성평등’ 용어가 쟁점이 되고 있다. 어떻게 실질적으로 성평등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로 나가야 하는데 멈추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성평등’은 지워야 하고, ‘양성평등’이 맞는 말이며 성소수자를 포함하는 성평등 교육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공청회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동성애 반대’ ‘젠더 교육은 안 된다’란 발언 등으로 회의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연구진에 대한 공격적 발언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성평등 용어, 사회적 소수자의 배려와 같은 헌법적 가치에 대한 교육 내용에 집중적 공격과 비난이 이어졌으며 이는 온라인 공론장 공간 역시 마찬가지여서 특정한 내용의 댓글이 반복 게시되면서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도 있었다고 한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물론 이러한 문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성평등과 관련된 정책 용어 논란은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일이며, 여성 정책과 관련된 사안마다 쟁점이 되곤 했다.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성평등이 본격적으로 양성평등과 대립되는 개념인 것처럼 담론화되고, 법안 등에 양성평등이 명시되면서 ‘성평등’은 곧 동성애 옹호라는 비논리적인 공식이 완성되었다. 성평등이 성소수자를 포함하니까 문제라는 말은 어떻게 보아도 이상한 말일 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평등에 대해 논의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배제와 차별이지 포함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나 포함하지 않았음이 문제였다.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이지만, 정상가족 신화를 유지하려는 것과도 관련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신설하겠다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라는 정부조직은 그 명칭에서부터 정상가족만을 인정하는 배제의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달 여가부가 건강가정기본법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개편을 예고했다가 철회한 것 역시 이와 같은 정상가족 신화의 유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을 오로지 인구 정책과 관련하여 사고하는 문제는 정상가족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배제하는 것과 연결된다.

이러한 정책적 배제 문제를 제기하고 어떻게 우리 사회가 성평등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아쉽게도 용어 자체가 ‘논란’이 되면서 논의의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번 교육 과정에서의 ‘성평등’ 용어 논란은 한편으로 온라인 여론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논란’을 어떻게 우리 언론이 의미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남기고 있다. 공론장의 이상에 따른 합의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온라인 공간을 우리는 늘 꿈꾸지만, 특정한 입장만이 반복적으로 여론 공간에 게시되면서 결국 시민의 여론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점차로 늘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언론이 ‘논란’이라고 의미화하여 양측으로 나누어 의견을 전달하는 데 그치면 논란의 봉합이 중요해지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논의하기 어렵게 되는 일도 흔하다. ‘여가부 폐지’ 문제 역시 논란으로만 의미화되어 구조적 성차별의 문제가 충분하게 숙고되지 못하였고, 성평등을 위한 어떤 정책이 필요하고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다.

이러한 문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가는 논란이 아니라 성평등 가치를 훼손하고 발화자의 목소리를 막는 문제 즉 위축 효과를 낳는 문제일 것이다. 성평등 가치는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기본 가치이고, 인구 문제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문제로 여성과 소수자를 묶는 것을 비판하면서 발전되어 온 개념이기도 하다. 성평등을 인구가족문제로 축소하거나,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식으로 이 가치를 훼손하는 모든 시도는 문제적인 것으로 적극적으로 의제화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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