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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와 용담

꽃에는 서정이 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표정도 다채롭다. 화려한 제 얼굴을 자랑하듯 뽐내거나 은근하고 점잖은 모습으로 물러서 있는 꽃도 있다. 또 자기를 보아달라고 노골적으로 들이대거나 얌전하고 수줍게 서 있는 것들도 있다. 어떤 이는 화려한 색깔의 커다란 꽃을, 또 어떤 이는 조촐하고 자잘한 꽃을 선호한다. 좋아하는 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최순우는 우리가 정원에 흔히 가꾸는 목련이나 모란, 또는 장미나 달리아 같은 꽃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기름져 보여 싫다는 것이다. 그보다 들이나 산에 피는 꽃들을 사랑한다고 하였다. 그는 특히 용담을 좋아하여 용담을 소재로 글을 쓰기도 했다.

뿌리가 무척 써서 용의 쓸개(龍膽)라는 이름과 달리, 용담은 앙증맞은 꽃이다. 꽃잎이나 잎도 넙데데하고 푸짐한 것이 아니라 작고 함초롬하다. 용담은 가을에 높은 산의 양지바른 기슭에서 청보라색의 꽃을 피운다. 종처럼 생긴 꽃은 다섯 갈래로 갈라지는데, 한자로는 관음초(觀音草)이다. 아마 꽃의 형상이 관음보살의 보관을 닮아 붙인 이름 같다. 꽃잎도 가슴을 한껏 열어젖혀 뽐내는 것이 아니라, 숫기 없이 단추 하나 정도 열어 놓은 모습이다. 게다가 흔히 볼 수 있는 꽃도 아니다. 눈여겨보아야, 그리고 간절하게 찾아야 자신을 드러내는 꽃이니, 최순우가 좋아할 만한 꽃이다.

최순우는 용담을 ‘산기슭의 풀밭 속에 드문드문 숨어 피어, 그 결곡한 생명을 파아란 불꽃처럼 남몰래 불태우며 끝내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스러져 가는 호젓한 꽃’으로 묘사했다. 그가 용담의 꽃말이 애수라는 것을 알았던 것일까. 그는 또 용담꽃을 통해 “슬픔의 의미와 그리움의 아름다움을 배웠노라”고 말한다. 한 포기의 꽃에 대해 이처럼 가슴 절절하게 표현한 이도 많지 않으리라.

최순우가 누구인가. 스스로 뽐내지 않아 모두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문화유산을 따스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찾아 나서지 않았던가. 그는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든 것이 아니라 다소곳하게 숨어 있던 유산을 정성 들여 발굴한 진정한 문화 고고학자였다. 그로 인해 잊혔던 이 땅의 수많은 문화유산이 빛을 보게 되었다.

꽃을 보는 그의 안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그의 본명은 희순(熙淳), 순우(淳雨)라는 이름은 간송 전형필로부터 받은 이름이다.

이 가을, 최순우가 못 견디게 그리워했던 청보랏빛 용담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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