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친일’ 발언 논란···민주당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 유승민 “이재명 덫에 놀아나, 사퇴하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조선은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니란 발언으로 ‘친일’ 논란을 키웠다. 정 위원장은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식민사관”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라고 공세를 취했다. 여당 내에서도 유승민 전 의원이 “이재명 덫에 놀아난 천박한 발언”이라며 정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등 비판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정 위원장은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정 위원장은 한·일 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유튜브 방송에서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에 반대하며 일본군의 한반도 주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이날 아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이어 구한말 조선을 둘러싼 국제정세를 설명하며 나왔다. 정 위원장은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며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며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 조선은 자신을 지킬 힘이 없었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전형적 식민사관”이라고 정 위원장을 공격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정 위원장이 야당 대표를 공격하려고 ‘조선이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게 아니다’라며 일제가 조선 침략의 명분으로 삼은 전형적 식민사관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천박한 친일 역사 의식이며 집권 여당 대표로서 역대급 망언”이라며 “굴욕 정상외교에 이어 굴종적인 외교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했던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가 주장했던 것을 여당 대표에게 들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유승민 “망언 사과하고 비대위원장 사퇴해야”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9일 오전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무능한 정치를 바꾸려면’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SNS에 정 위원장 발언을 공유하며 “이게 우리 당 비대위원장의 말이 맞나”라며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나”라며 “정 위원장은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 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우리 국민의힘은 정진석 의원과 같은 생각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도 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며 “고구려도 내분이 있었는데 그럼 당나라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닌가. 러시아 침략에 역성드는 것도 기함할 노릇인데…”라고 적었다. 대상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정 위원장 비판으로 해석됐다.

정진석 “힘도 못써보고 나라 빼앗겼단 얘기”


정 위원장은 이에 대해 SNS에 ‘진실을 왜곡하지 말고 호도하지 말라’는 제목의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전쟁 한번 못하고, 힘도 못써보고 나라를 빼앗겼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식민사관이란 지적에 대해 “그게 왜 식민사관인가. 내가 일본의 조선 국권참탈을 정당화했나? 말도 안되는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의 사과 요구에 대해선 “가소로운 얘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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