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일일 안보상황보고’ 문건들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시도해 논란이 됐는데, 검찰도 문 전 대통령의 북송 결정 관여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1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하면서 2019년 11월 북한 어민이 동해상에서 발견돼 북송되기까지 약 1주일간 생산된 ‘일일 안보상황보고’ 문건들을 확인했다.
일일 안보상황보고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이다. 검찰이 이 문건들을 확인한 것은 북송 전후 문 전 대통령에게 어떤 보고가 이뤄졌는지, 북송을 결정한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 북송 과정에서의 정부 내 의사결정 과정을 정밀하게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보수성향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한 터다.
법조계에선 북송 사건의 법리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남북관계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살인을 저지르고 남한으로 도피한 어민들을 북송한 것은 정당한 정책결정이라고 주장한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근거로 든다. 반면 검찰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북한 주민은 한국 국민이며 이들의 기본권을 함부로 제한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본다.
북송을 결정한 주체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2019년 11월4일 회의에서 결정했다고 하지만, 당시 자리는 정식 회의가 아니라 티타임이어서 회의록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은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는데, 그는 당일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을 보좌하러 태국에 있었다.
검찰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이 고발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검찰은 아직 북송 사건의 핵심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상당히 많은 인원을 조사하고 있다”며 “수사는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