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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북핵 협상 실패로 안보리스크 떠안은 한국의 선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비행대의 훈련에을 직접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포병부대, 공군비행대의 훈련에을 직접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연쇄적으로 실시한 미사일 발사가 ‘전술핵 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이 훈련은 남한의 기지·공항·항만 등 주요시설을 타격목표로 특정해 이뤄졌다. ‘완성된 무기체계’로 남한에 대한 실제 핵공격 작전을 실행하기 위한 군사훈련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미사일 발사 ‘실험’과는 완전히 다르다. 북한이 실제로 남한에 대한 핵공격을 실행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북한은 실질적으로 핵강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이젠 한국의 북핵 대응의 초점도 비핵화에서 ‘핵무장한 북한과 공존하기’로 바뀔 수밖에 없다. 비핵화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비핵화가 과연 가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은 앞으로도 매우 오랜 시간을 북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 또한 이로 인한 국가적 부담은 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와 국민들의 일상 생활에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0년 북핵 협상 실패

북한이 비밀리에 핵물질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이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공개적인 핵개발에 나섰다. 북한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북·미 대화가 시작됐고 외교적 노력은 6자회담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30년 넘게 진행된 비핵화 협상은 결국 실패했다. 어떤 고난을 겪더라도 핵을 보유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강했던 것이 1차적 원인이지만, 관련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국내 정치 요소가 개입돼 체계적인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지 못한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세계 최강국들이 관여한 비핵화 외교가 결국 실패했다는 사실은 세계 외교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오점이다.

북핵 위기 발발 초기부터 이 문제를 다뤄왔던 전직 외교관리는 “북한이 핵을 갖게될 경우 동북아시아와 세계질서에 미칠 파장은 물론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30년 전의 우려가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고 탄식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게된 것은 북한 문제를 정쟁으로 삼았던 한국의 역대 모든 정부와 북한을 과소평가한 미국, 북핵 해결 의지 없이 현상 유지만을 추구했던 중국의 책임”이라며 “북한의 핵무장은 모든 나라에게 전략적 위기를 가져오겠지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라고 지적했다.

전술핵 재배치와 핵무장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를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당장 급한 것은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옵션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다. 또한 자체 핵무장에 찬성하는 국내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둘 다 대안이 될 수 없다.

전술핵 재배치는 미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 미국은 한반도에 전술핵을 다시 들여놓는 일에 매우 부정적이다.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한국만을 위한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미국이 확장억제로 북한핵에 대응한다는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없다. 또한 전술핵 재배치는 남북 비핵화 선언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북한에게 더 이상 비핵화를 요구할 근거와 명분이 없어진다. 더욱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다시 들여놓는다고 해도 미국이 사용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상 달라질 것은 없다. 미국의 핵전력이 괌이나 하와이에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자체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한국이 NPT를 탈퇴하고 국제 비확산 체제에서 이탈하는 것은 북한과 같은 길을 걷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외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은 핵무장에 따른 각종 제재를 견딜 수 없다. 또 NPT에서 보장하는 ‘평화적 핵이용’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도 할 수 없다. 자체 핵무장의 득실을 따져보면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한·미 외교 국방 차관들이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3차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외교 국방 차관들이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3차회의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확장억제가 유일한 현실적 대안

지금으로서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의존하는 것이 한국에게 주어진 ‘유일하고 안전한’ 선택이다. 하지만 확장억제도 결국 미국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자국의 핵무기 운용에 대해 다른 나라와 논의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을 설득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다듬어 신뢰도를 높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한·미는 지난달 16일 워싱턴에서 4년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갖고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결과물은 여전히 추상적이다. ‘압도적 대응’과 같은 수사를 동원했지만 결국 내용은 ‘말로만 확장된 억제’에 머물고 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확장억제의 타격 목표와 시행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한·미 연합 전력 운용을 위한 훈련과 작전계획에 반영시켜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이지 않으면 국내에서 분출하는 위험한 핵담론을 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 전 본부장은 또 “한·미 정상이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을 직접 확인하고 이 같은 정상의 의지가 실무자들에게 전해져 핵전력 운용에 대한 한·미 간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멀어진 한반도 평화, 커진 안보리스크, 외교적 자율성 축소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의 전략자산을 즉각 전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면 발등의 불을 끌 수는 있지만, 동시에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남북 간 대치를 위한 것일 뿐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욱 커진 전쟁의 불안’과 ‘더욱 요원해진 한반도 평화’로 향하는 길로 떠밀려 가게 된다.

특히 미국의 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안보 구조는 한국의 군사안보와 외교적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수 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지와 영향력도 크게 제한받게 된다. 지난 12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처음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 나타난 것처럼 미국은 북한 문제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 요소로 다루고 있다. 전쟁의 불안 속에 안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미국의 전략을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지금의 현실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한국이 치러야 하는 값비싼 비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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