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부부인 김용민(왼쪽)·소성욱씨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했다가 도로 취소한 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성소수자 부부 사이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했다가 도로 취소한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됐다. 당사자 부부는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건보공단은 “행정처리 실수”라고만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3일 열린 건보공단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성소수자 부부인 김용민·소성욱씨는 2020년 건보공단에 ‘동성부부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이들은 사실혼 관계가 인정돼 피부양자 자격을 얻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존하며 함께 사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약 8개월 후 이 부부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얻은 사실을 밝힌 직후 자격을 박탈했다. 지역가입자로 전환이 되면서 피부양자 기간 동안 내지 않은 보험료 청구 고지서도 받았다.
김용민씨는 이날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공공기관으로부터 처음으로 저희가 부부라고 인정받았고, 서로에게 배우자라고 등록돼 있었다”며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마자 불과 2시간 만에 전화 한 통이 와서는 ‘단순 실수였다’면서 자격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건보공단의 미션(역할)이 사회보장 증진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한국 사회에도 저희를 포함해 정말 수많은 동성 부부, 성소수자 가족이 이미 살고 있다. 저희는 가족이 아니냐, 저희는 국민이 아니냐, 왜 저희의 삶은 국가로부터 보장받지 못하느냐”고 했다.
강은미 의원은 “최근 5년 동안 사실혼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 게 3562건인데 인정이 취소된 건 단 2건”이라며 “2건 모두 ‘동성을 사실혼 배우자로 착오 등재’란 이유로 취소됐다. 건보공단의 중대한 행정력 남용이자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담당자가 업무 처리를 잘못한 거로 생각한다”며 “행정처리 실수로 인해서 참고인에게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다수 다른 나라들도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기본권 보장 및 차별 예방을 위해 의료보험, 연금, 병원 입원 시 면회권 등을 우선 보장했다”며 “건보공단이 전향적으로 고려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용민·소성욱 부부는 건보공단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한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 법원은 ‘동성을 사실혼 관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 부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