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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으니 써라”···산림청, 꿀벌·인체 악영향 가능성 있는 살충제 선정

김기범 기자
경남 창녕군 한 양봉 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꿀벌의 모습. 최유진 PD

경남 창녕군 한 양봉 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꿀벌의 모습. 최유진 PD

산림청이 생태계와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살충제를 산림병해충 방제용으로 선정하면서 “대안이 없다”는 이유를 댄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산림병해충 방제용 약종선정 자문회의’ 회의록을 보면 산림청은 “우리 실정에서는 안 쓸 수가 없다”, “유해성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생태계와 산림지역 주민 건강애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살충제를 선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특히 꿀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등 이미 유해성이 확인된 농약을 선정하면서도 요식행위나 다름없는 검토과정만 거쳤다. 회의록을 보면 이 회의에 참가한 산림청 내부 인사들과 외부 전문가들은 이 농약들에 대해 “국내에는 아직 규제가 없는 상태이고 산림병해충 방제 필요성등을 고려할 때 사용이 불가피”하다며 해당 살충제를 선정할 수밖에 없음을 강변했다. 회의에서는 꿀벌이나 인체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나왔지만 산림청은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살충제들을 선정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신경자극성 살충제다. ‘꿀벌 실종 사건’의 주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2018년 유럽연합은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3종의 실외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지난 2월 이 계열 살충제의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정부 내부의 산림병해충 전문가 A씨는 “이미 국내외 학술지에는 이들 약제 사용에 대한 부정적 결과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산림청 약종선정위원회에서는 매개충 및 재선충에 대한 효과성만을 따지거나, 대안이 없다는 식의 논리로 약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에서 양봉을 하는 장흥상씨가 비어버린 벌통을 바라보고 있다. 장씨는 이번 월동기에 키우던 벌 700군을 모두 잃었다. 최유진 PD

전남 영암군에서 양봉을 하는 장흥상씨가 비어버린 벌통을 바라보고 있다. 장씨는 이번 월동기에 키우던 벌 700군을 모두 잃었다. 최유진 PD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살충제 중 하나로, 꿀벌·인체 유해 가능성이 있는 티아클로프리드의 사용 여부를 검토하면서 자문회의 참가자들은 “당장 우리 농업 실정에서는 안 쓸 수가 없는 상황” “동물에서는 발암 증거가 있으나, 사람에 대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약종선정 자문회의의 구성이 정부 편향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 산림청 전·현직 직원이거나 산림청의 용역을 다수 수행하고 있는 대학 교수라는 것이다. .

윤 의원은“산림청은 산림병해충 약종선정 자문회의에서 명확한 근거나 자체 연구결과 없이 내부 논의만으로 독성이 높은 살충제를 선정해 왔다”며 “국민 건강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살충제 선정이 주먹구구식 자문회의를 통해 이뤄지는 과정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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