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는 ‘헌법’ 35조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에 의거하여 ‘환경정책기본법’ 41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계획 및 개발사업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수립·시행될 수 있도록” 실시한다. 그러나 성주 사드 부지를 둘러싼 환경영향평가는 이 취지를 짓밟고 불법과 탈법투성이다. 지금 실시하고 있는 일반환경영향평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미군에 공여된 부지는 총 70만㎡로 ‘환경영향평가법’과 ‘시행령’에 따라 국방·군사시설사업 시행면적 33만㎡ 이상에 해당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실제로는 두 배에 가까운 롯데골프장 전체가 군사시설 지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원익선 교무·원광대 평화연구소
무엇보다 사드를 배치, 가동하는 것 자체가 현행법 위반이다. 환경영향평가는 자연, 생활, 사회·경제 환경 등에 해당함에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된 적이 없다. 주민의 삶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거대 사업을 놓고 계획 단계에서 실시해야 할 평가를 무시한 것만도 이미 불법이다. 계획의 적절성과 타당성을 사전 검토해야 할 절차적 민주성과 정당성이 완전 소실되었다. 사법처리 대상이다. 2006년 대법원은 ‘국방군사시설사업실시계획승인처분무효확인’ 건에서 사전 평가를 거치지 않은 관련 사업이 입법 취지를 무너뜨린 것으로 보았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지역 안의 주민들의 직접적이고 개별적인 이익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며 사업승인을 무효로 판결했다.
더욱이 미군 자체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다. 효순·미선양 사건에서 보았듯 그들은 한국의 실정법을 초월한 무소불위의 존재다. 엄격한 매뉴얼이 있음에도 외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미군은 훈련이나 작전에서 파생된 실수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훈련에 가장 좋은 환경은 외국이며, 국내에서 봐왔듯이 민간인을 죽여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침략으로 죽어간 수십만 백성의 죽음도 작전상 생긴 일이므로 사과하지 않는다. 폐유로 황폐화시킨 용산 미군기지에 대해서는 책임의식조차 없다. 세계 각국의 환경영향평가법은 1969년 미국이 처음으로 도입한 ‘국가환경정책법’이 모태다. 부끄럽지 않은가.
환경영향평가 전부터 사드기지는 필요 없음으로 결론지어졌다. 중국은 북한을 빌미로 자신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망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하고 보복했다. 중국 내 롯데를 비롯한 한국 기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미국은 사과한 적이 있는가. 미국이 만든 사드 교범에 제시된 것처럼 전방 3.5㎞ 이내에는 허가받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 없음에도 이미 3000명의 김천 주민들이 살고 있다. 노곡리에서는 전자파 피해를 받아 주민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무슨 검증이 더 필요할까. 소성리는 또 하나의 강정이 되고 있다. 이름도 밝히지 않은 사람이 주민 대표로 들어가 있을 정도니 기가 찰 뿐이다. 강정마을의 참여 주민 94%가 반대했음에도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편법과 갈라치기로 주민을 분열시켜 마침내 해군기지를 건설했다. 절차적 하자투성이를 사법기관 또한 승인했다. 주민의 민주적 통제권을 국가가 짓밟고 뭉갰다. 국가기관들은 안보라는 이름으로 초법과 불법을 자행한 공범이다.
사드 부지 공여는 강대국의 군사지배를 강화할 뿐이다. 한반도는 힘의 논리로 뒤덮인 역사의 장이다. 친명·친청·친일·친러·친미로 이어진 역사는 분단과 분열로 귀결되었다. 지도자일수록 백성을 하나로 통합, 자주와 자강을 외쳐야 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스위스가 국제사회에서 인정한 영세중립국으로 윤택한 나라가 된 것은 백성의 지혜와 일치단결 때문이다. 힘은 빌릴 수 있다. 그러나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예상하지 않는 거래가 있는가. 미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을 통해 유사시 한국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군사기지로 사용할 수 있다. 대만에 전쟁이 일어나면 베트남전처럼 자신에게 종속된 한국군까지 이용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개입한 전쟁들로 얼마나 많은 국가와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는가.
대결은 고통만을 가져온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 성과인 남북 간의 조약들만이라도 잘 계승하여 이행한다면 외세 간섭 없이도 통일을 이룰 수 있다.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한 우리는 진정한 자주독립국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땅에 전쟁무기는 필요 없다’는 시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나라의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