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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 상사와 한심한 직원들이 만났을 때···‘슬로 호시스’

입력 2022.10.15 08:00

[오마주]악질 상사와 한심한 직원들이 만났을 때···‘슬로 호시스’
[오마주]악질 상사와 한심한 직원들이 만났을 때···‘슬로 호시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영국의 정보기관 MI5 요원 리버 카트라이트는 훈련 중 큰 실수를 저지른 뒤 ‘슬로 하우스(Slough House)’란 곳으로 배치됩니다. 이곳은 조직 내 저성과자들의 ‘유배지’ 같은 곳입니다. 슬로 하우스 직원들은 삐걱거리는 철문을 힘겹게 열고 낡은 사무실에 출근한 뒤 정시가 되면 ‘칼퇴근’합니다. 직원들은 온종일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커리어에 야망이 없다면 ‘꿈의 직장’일 수도 있겠네요.

다만 슬로 하우스의 책임자 잭슨 램(개리 올드만)은 행복한 직장생활의 걸림돌입니다. 그는 구멍 난 양말 신은 발을 책상 위에 올린 채 큰 소리로 부하 직원들을 불러대는 사람입니다. 직원들을 노골적으로 ‘식충이’ 취급하고, 아무 데서나 방귀를 뀌어댑니다. MI5가 일부러 램 같은 인물을 슬로 하우스 책임자로 앉혀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원들이 모두 그만두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요.

의욕도 야망도 없는 동료들과 달리, 카트라이트는 램의 터무니 없는 지시를 어떻게든 수행하면서 명예를 회복해 MI5 본부로 복귀할 날만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카트라이트는 런던을 떠들썩하게 만든 파키스탄계 대학생 납치사건의 단서를 잡습니다. 이 대학생은 극우집단에 납치돼 생사가 묘연합니다. 카트라이트를 포함한 ‘느려터진 말’(슬로 호시스)들이 MI5 정예 요원들도 풀지 못한 납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애플tv플러스의 <슬로 호시스>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6부작 드라마입니다.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등장하니 ‘스파이 스릴러’라 할 수 있지만, 이 시리즈의 주인공은 정예요원이 아니라 퇴출 직전의 저성과자들입니다. <미션 임파서블>이나 <007> 시리즈에서 볼 법한 현란한 액션, 첨단 무기, 치밀한 두뇌 싸움은 당연히 없습니다. 가족을 들먹이며 취조하니 금세 동료를 배신하는 요원, 급박한 추격전을 앞두고도 여성 동료와 잘 생각에 차에 기름 넣을 생각도 못하는 남성 요원이 등장합니다. 물론 젊은 카트라이트는 그중에서는 똑똑한 편입니다만, 스파이 스릴러 속 명민한 요원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멉니다. 의욕은 넘치지만 디테일은 부족한 직원이라고 할까요.

<슬로 호시스>의 한 장면. 잭슨 램(개리 올드만, 가장 왼쪽)은 MI5 저성과 직원들을 이끈다. | 애플tv플러스 제공

<슬로 호시스>의 한 장면. 잭슨 램(개리 올드만, 가장 왼쪽)은 MI5 저성과 직원들을 이끈다. | 애플tv플러스 제공

들을 땐 안 웃기는데 뒤돌아설 때 ‘피식’하게 만드는 영국식 유머가 이어집니다. 납치 사건이 심각해지는 중반 이후가 되면 스릴러다운 속도감도 붙습니다. 좋은 스파이 스릴러가 그러하듯, <슬로 호시스>의 배경에도 해당 사회의 정치경제적 맥락이 깔려 있습니다. 이슬람교도 이민자들을 향한 적대, 사회적 불만을 틈탄 극단주의 세력의 발흥이 <슬로 호시스>의 개연성을 만듭니다. 정보기관 내의 권력 다툼과 음모, ‘더러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요원들의 고뇌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악질 상사와 한심한 직원들의 묘한 ‘케미’가 <슬로 호시스>의 매력을 더합니다. 개리 올드만이 베테랑 배우다운 여유와 품격으로 극의 중심을 잡습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서 올드만이 맡은 조지 스마일리 역에 냉소와 의뭉스러움, 허름한 옷차림, 싸구려 위스키 냄새를 더한 배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애플tv플러스는 넷플릭스 등 여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비해 콘텐츠 양은 훨씬 적지만, 턱 없는 졸작도 좀처럼 없습니다. 현재 애플tv플러스는 ‘소품종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는 듯 보입니다. <슬로 호시스>는 <파친코> <세브란스: 단절> 등 다른 애플tv플러스 히트작에 비해 덜 주목받았지만, 놓치면 아까운 수작입니다. 이미 두 번째 시즌의 제작이 완료돼 올해 중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나의 직장 상사 연상’ 지수 ★★★★★ / 설마 이런 상사가 아직도…혹시 당신?

‘심박수 상승’ 지수 ★★★ / 중반 이후 스릴러 본연의 긴박감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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