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기 성남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과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SK C&C 판교데이터센터는 비교적 한산했다. 주말인 탓인지 경찰과 취재진을 제외하고 일반 시민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건물 외부도 전날 있은 화재로 전국을 ‘패닉’에 빠지게 한 곳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쩡했다. 이 건물은 지상 6층·지하 4층 규모(연면적 6만7000㎡)로 2016년 8월 조성됐다. 현재 카카오·네이버 등이 입주해 건물 대부분을 데이터센터로 쓰고 있다.
이날 카카오 측의 긴급 복구 작업에도 불구하고 일부 서비스 장애가 계속 이어지자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속출했다. 직장인 A씨는 “카카오톡 컴퓨터 버전이 작동하지 않아 한동안 작업을 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시골에 계신 홀로 사는 어머니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자주 했는데 갑자기 문자 메시지가 안돼 한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카카오T 등의 서비스와 생계가 연계된 자영업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분당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모씨(45)는 “IT 최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지하에 있는 전기실에 불이 났다고, 전국이 한꺼번에 ‘먹통’이 되는 게 말이나 되냐”면서 혀를 내둘렀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강모씨(56)는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된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손님이 왜 기프티콘 사용이 안되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당황했었다”고 말했다.
C씨(식당운영)는 “하필이면 장사가 제일 잘되는 주말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배달업체, 포스(POS)기 다 작동이 안돼 엄청난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냐. 열 받는다”고 했다. 배달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D씨는 “가게 포스 기계가 카카오톡이랑 연동돼 있어 배달 앱으로 주문이 들어와도 배달을 못했다”면서 “손해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랐다. E씨는 “카카오 킥보드 반납이 안돼서 요금 10만원이 넘었다”고 했다.
지난 15일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와 소방당국 등 관계자 10명은 불이 난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은 화재가 최초 발화된 것으로 보이는 A동 지하 3층 전기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경찰은 1차 감식 후 화재가 전기실 내 배터리 주변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불이 난 전기실 내부에는 배터리를 보관하는 5개 선반(랙)이 있는데 화재 당시 이 선반에서 불꽃과 연기가 계속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 결과 지하 3층 전기실의 배터리 랙 5개가 전소된 상태”라며 “배터리 또는 랙 주변에서 전기적인 요인으로 인해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감식 결과를 토대로 최초 발화 지점을 확인하고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오는 17일 오전 11시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 기관과 합동감식을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는 전날 오후 3시33분쯤 불이 나 8시간여 만인 오후 11시46분쯤 진화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화재로 서버 서비스 전원이 차단되면서 카카오·다음과 네이버 서비스가 크고 작은 장애를 일으켰다. 일부 복구되기는 했지만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카카오톡 12년 역사상 가장 긴 시간 이어진 장애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