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개별통보했다는 것은 거짓이다. 게시판에 ‘사업종료 및 정리해고 한다’는 종이를 붙여놨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은 지난 17일 “다음 달 30일 사업 종료 및 전 직원 해고”를 발표했다. 매출 감소와 적자 누적으로 더 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졸지에 직장을 잃게 된 푸르밀 직원들은 이런 사실을 ‘게시판에 붙은 종이’로 통보받았다. 김성곤 푸르밀 노조위원장은 19일 기자와 통화에서 “게시판에 붙여 놓고 나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개별통보 없이 회사 게시판에 ‘사업종료 및 정리해고한다’는 종이로 이 사실을 알렸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사측은 대화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한겨울에 다 길거리에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매각설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난 5일 대표이사를 찾아가 ‘회사가 어려워도 고통을 감내할 테니 일할 기회만 달라’고 빌었다. 그런데 ‘더는 얼굴 볼 일이 없다. 두 달 남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런 통보가 일방적으로 나왔다. 적어도 통보 전에 노동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노사 간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게 정상적인 절차 아니냐”고 했다.
푸르밀은 2020년 영업손실 113억원, 지난해 124억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에 매각을 타진했으나 무산됐다.
푸르밀은 ‘비피더스’, ‘검은콩이 들어 있는 우유’, ‘바나나킥 우유’ 등 익숙한 제품을 선보이는 유가공 전문 기업이다.
1978년 롯데그룹 산하 롯데유업으로 출발해 2007년 4월 그룹에서 분사했고 2009년 사명을 푸르밀로 바꿨다.
분사 당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지분을 100% 인수했다. 지난해부터는 신 회장의 차남인 신동환 대표가 단독으로 회사를 이끌어 왔다.
김 위원장은 “2007년 롯데그룹과 분사한 이후 회사가 어떤 시도나 변화도 하지 않았다. 무차별적인 해고통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