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월드비전 공동기획
(하) 케냐
![[‘식량위기’를 증언하다]난민단지 상황, 26만명 숨진 2011년 소말리아 대기근 때처럼 심각](https://img.khan.co.kr/news/2022/10/19/l_2022102001000875400073941.jpg)
난민신청자 포함하면 30만명 육박
지역 주민들 생계유지도 곤란해져
케냐의 다답 난민단지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유입된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2011년 소말리아 대가뭄을 피해 넘어온 난민 13만명을 수용하면서 세계 최대 규모 난민 수용시설이 됐다. 현재 등록된 난민만 23만3000명이며 올해 신규 난민신청자 4만5000명에 대한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면 3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30년 넘게 운영된 난민시설이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가려 국제사회 지원은 줄어들었다. 다답 난민단지가 위치한 지역은 반건조 기후로 연평균 강수량이 275㎜에 불과해 작물을 경작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소말리아 접경지대는 대부분 유목생활을 하는데 오랜 가뭄으로 가축까지 떼죽음을 당하면서 식량위기 상황은 심각해졌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현재 난민단지 상황은 26만명이 사망한 2011년 소말리아 대기근 때와 비슷해지고 있다. 현재 소말리아 국민의 50% 이상이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WFP는 유엔난민기구(UNHCR), 케냐 정부와 협의해 18일부터 신규 유입 인구 조사 및 난민 등록 절차를 재개했다. 앞서 2011년 소말리아 대기근 때 열었던 난민단지 내 ‘이포2’ 캠프도 다시 열기로 했다. WFP의 공식협력기관으로 다답 난민캠프에서 식량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월드비전은 올해 식량 1만3651t을 포함, 1073만달러(약 152억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난민 수용지역 주민들의 생계유지도 곤란해지면서 주민들 간 분쟁이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새라 보르셔스 WFP 다답지역 사무소장은 11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케냐인들 중에서도 삶이 어려워진 분들이 스스로 시민권을 포기하고 난민 지위를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만큼 식량위기가 심각하다는 징후로 난민 지원과 현지 주민 지원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답이 속한 가리사현은 물론 주변 거주 주민들은 케냐인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난민들과 같은 소말리족이다. 생김새나 쓰는 말이 비슷하기 때문에 난민단지에 잠입한 이들과 실제 난민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보르셔스 사무소장은 “최근에 이 지역으로 들어온 분들이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 난민캠프 근처에 움막을 짓고 사는데 땅 주인들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주변 와지아·마르사비트현에서는 이미 유목민들 사이에서 녹초지, 식수원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 정부에서는 난민 발생의 원인인 분쟁, 기후변화가 장기화됨에 따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회통합, 유목민들의 생활방식 변화 등이 그것이다. 크리스토퍼 시엘레 가리사현 부현장은 “유목민들이 우물 근처나 저수지 근처에서 소규모로 경작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타워가든이라고 해서 포대 안에 흙을 채운 것을 여러 층으로 만들어 물을 절약하는 재배 방법, 양봉 기술도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민으로 위장한 테러조직원 색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가리사현 정부는 소말리아 정부의 강경 대응에 극단주의 무장조직 알샤브가 와해되고, 조직원들이 난민으로 위장해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 중앙정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응굴리 조엘 가리사현 다답 난민단지 총책임자는 “각종 비정부기구(NGO), 유엔 기구들과 함께 난민 등록 완료 전 난민신청자들에 대해서도 식량과 현금을 지원해 최소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