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강제구금·폭력·사망 등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확인”
법무부·경기도 등에 공식 사과 권고…피해자 위한 보상 특별법 촉구
마침내 사과받은 피해자 김동연 경기지사(오른쪽)가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뒤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40년간 다수의 아동을 법적 근거 없이 부랑아로 몰아 수용한 선감학원의 중대한 ‘아동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982년 경기 안산시 선감학원이 폐원된 지 40년 만에 내려진 국가 차원의 첫 진실규명이다. 선감학원에서는 강제노역과 폭행, 성폭행 등 인권침해가 자행됐고, 그로 인해 아동 2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부랑아 대책을 수립한 정부와 경기도에 공식 사과를 권고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배·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진실화해위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감학원에서 강제구금, 강제노동, 폭력, 사망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피해자 암매장 유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피해자 167명 모두 선감학원 원생임이 확인됐으며, 선감학원 수용자 전원을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결정문을 발표했다.
선감학원 원아대장과 선감초등학교 생활기록부를 통해 파악된 아동 사망자는 29명이다. 사유별로는 익사 14명, 미기재 12명, 병사 3명이다. 진실화해위는 “원아대장 4689명을 분석한 결과 퇴소 사유 가운데 탈출은 824명으로 무려 17.8%에 달했다”며 “굶주림과 폭력, 강제노동 등에 시달리던 원생 중 상당수가 섬에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선감도 주변 서해 갯벌 물살이 센 데다 수심이 깊어 상당수 원생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진실화해위는 신청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지난달 안산시 선감동에서 봉분 5기를 시범 발굴해 치아 68개와 단추 6개를 찾았다. 조사 암매장 유해는 모두 남성이며, 16~18세 사이로 추정됐다. 옛 선감학원 터 인근에는 140~150기의 봉분이 있다.
선감학원에서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벌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선감학원 원생들은 보수 없이 밭농사, 논농사, 양잠, 축산, 염전 등 노역에 투입됐다. 기숙사 사장, 선감학원 공무원 등은 원생들에게 일명 원산폭격, 나룻배, 줄빠따, 한강철교, 비행기 등 단체기합과 폭행을 가했다.
인권유린을 당한 피해자들은 현재까지도 정신적 상처를 안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1942년 5월29일 개원부터 1982년 9월30일 폐원까지 선감학원에 수용된 아동은 5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진실화해위는 부랑아로 지목한 불특정 아동을 법적 근거 없이,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강제로 단속한 후 강제구금한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결론내렸다.
진실화해위는 부랑아 대책을 수립해 무분별한 단속을 주도한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부랑아 단속 주체였던 경찰, 선감학원을 운영한 경기도 등에 “총체적 인권유린에 책임이 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또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가 배·보상 특별법 제정 등 적절하고 합리적인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