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어디나(어르신디지털나들이) 지원단’ 스마트폰 강사(오른쪽)가 한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은퇴한 후에도 수십년간 직업으로 해왔던 업무나 남을 도울 수 있는 활동으로 동네에서 일할 수는 없을까. 고령화 시대에 길어진 노년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지자체들이 나섰다. 전문성과 경험을 살린 일자리를 사회 공공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구로구는 지난달 금융권 근무 경력이 있는 만 50~70세 퇴직자 주민들을 모집해 5명을 금융전문강사로 채용했다고 21일 밝혔다.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선발된 이들은 20년에서 많게는 30년 이상 금융과 경제 분야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직무교육을 마친 강사들은 지역 내 복지시설, 교육기관, 돌봄센터 등에서 신청하면 찾아가 어르신과 청소년, 다문화 가족 등 금융 취약 계층에게 정보와 지식을 전달한다. 아이들에게는 돈과 경제 개념을, 어르신들에게는 보이스 피싱 예방, 디지털 금융 등을 교육하는 것이다.
강사들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 일하고 활동비를 받는다. 4대 보험과 유급휴가도 보장된다.
구로구 관계자는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상 금융 사기를 당하는 주민들이 많아 생각하게 된 일자리”라며 “오랜 경력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 등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중장년·고령층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스마트폰 강사다.
서울시디지털재단의 경우 만 55세 이상 시민 중 정보기술 역량이 있는 100명을 뽑아 ‘어디나지원단’을 꾸렸다. ‘어르신디지털나들이’이 줄임말로 노인들의 신체·인지적 특성을 고려해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등의 조작법을 1대1로 대면 교육한다. 지원단은 월 20시간 이상, 최대 30시간까지 일하고 시간당 2만2000원의 활동비를 받는다.
지난 2019년 문을 연 서울 노원구 월계 청춘카페에서 어르신들이 차를 마시고 있다. 노원구 제공
노원구는 중계역과 태릉입구역, 광운대역, 상계역 등 4곳에 ‘청춘카페’를 운영 중이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공연, 강의 등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카페다. 만 65세 이상이면 아메리카노를 500원, 카페라떼를 1000원에 마실 수 있다. 국산차도 700원, 토스트 1000원으로 저렴해 코로나19 확산 후 문화 프로그램은 중단됐지만 이미 올해 3분기까지 11만5000명이 다녀갔다.
2010년 전국 처음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문을 연 카페는 지점마다 20명의 ‘시니어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다. 채용 후 전문교육을 거친 바리스타는 매년 산정되는 노원 생활임금 수준(2022년 시급 1만766원)의 월급을 받는다. 지금까지 4개 점포에서 500명 이상이 일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배움과 돌봄 기능뿐 아니라 노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수락노인종합복지관도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