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의 여행
국지승 글·그림
창비 | 48쪽 | 1만5000원
‘바로’는 그림책 작가 다영씨의 작품 속 주인공인 어린 코끼리다. 다영씨는 새 작품에서 바로를 ‘달리기 왕’으로 설정했다. 언제나 일등은 바로 ‘바로’이니까. 다영씨의 의도대로 늘 따라와 주던 바로. 이번에는 말을 듣지 않는다. 바로는 자신이 왜 달려야 하는지 의문을 품고, 다영씨는 바로의 느닷없는 반항에 당황한다.
다영씨가 “모두 달리잖아!”라고 말해보지만 요지부동. 바로는 운동복을 벗어버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입겠다고 주장한다. “그런 옷은 달리기 불편해.” 다영씨가 타일러도 고집을 꺾지 않는다. 그사이 다른 동물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다급해진 다영씨는 자전거를 그린 뒤 이걸 타면 따라잡을 수 있다고 채근한다. 바로는 반대 방향으로 페달을 밟는다. “너 똑바로 안 할 거야?” 다영씨는 소리를 지른다.
“도대체 왜 달려야 하는데요?” 바로가 물었지만 다영씨는 그 말을 듣지 못 하고 빨간 자동차에 얼른 타라고만 한다. “난 빨간색 안 좋아해요!” 늘 시키는 대로 ‘똑바로’ 하던 바로는 왜 ‘거꾸로’가 되었을까. 답답해진 다영씨가 작업실 밖으로 나간 사이 바로는 그림 밖으로 빠져나온다.
바로는 책장에 꽂힌 책들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설산과 심해를 떠돌고 공룡과 우주인을 만난다. 세상은 어떤 모양인지, 어떤 친구들이 사는지 탐험한다. 사바나의 코끼리들을 만나 ‘친구가 무얼 좋아하는지’ 고민하고, 도시의 인파 속에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한다.
다시 그림으로 돌아온 바로는 다영씨에게 긴 여행담을 들려주면서 힘주어 말한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한 가지는 알아요.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거예요.” 다영씨 책상 위에 오롯이 바로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이 놓인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말한다. “이 길이 좋은 길이야, 이 길로만 가면 행복할 수 있어”라고. 하지만 아이들은 반대로 걸어보고, 멈춰보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자기만의 길’을 찾는다. 그러면서 한 뼘 더 자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바로의 상아가 한 뼘 더 자란 것처럼. 타인의 속도를 쫓아가다 자신의 길을 잃어버린 어른들에게도 유효한 이야기다.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한 번 읽었다면 엄마와 아빠는 한 번 더 읽어보길.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자라고 있다고, 자녀를 위해 너무 애쓰지 말라고, 엄마·아빠 삶의 주인공 또한 자녀가 아닌 부모 자신이어야 한다는 깨달음도 함께 얻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