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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입맛대로 성평등 사업 없앤 여가부…후속 사업도 ‘졸속’

입력 2022.10.24 21:38

수정 2022.10.2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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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페미니즘에 경도” 다음날 ‘버터나이프크루’ 폐지

A4 한 장짜리 ‘새 청년 공감대 사업’, 구체적 계획조차 없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한마디에 한창 진행 중이던 청년 성평등 사업(버터나이프크루)을 전면 폐지한 여성가족부가, 그 후속 사업을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도 없이 ‘졸속’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는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나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의 얼개만 만들어 예산부터 편성했다. 여가부가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때리기’에 중심을 잡기는커녕, 정권 실세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메시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여가부는 지난 7월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전면 취소하고, 새 청년 대상 성평등 사업으로 ‘지역 청년 공감대 제고 사업’(청년공감대 사업)을 신설했다. 청년공감대 사업은 현재 여가부의 유일한 청년 대상 성평등 사업이며, 예산도 약 4억원으로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예산 4억5000만원과 거의 같다. 여가부는 지난 8월30일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 이 사업을 포함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버터나이프크루는 청년들이 성평등 의제를 직접 발굴하고 콘텐츠 제작 등 인식 개선에 나서도록 하는 사업이다. 여가부는 올해 4기 사업에 참여할 팀을 선정해 지난 6월30일 출범식까지 마쳤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자 원내대표였던 권 의원의 ‘한마디’에 뒤집혔다. 권 의원은 7월4일 페이스북에서 버터나이프크루 사업을 두고 “지원 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며 “김현숙 여가부 장관과 통화해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전달했다”고 했다. 여가부는 바로 다음날인 7월5일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전면 재검토를 발표했다.

여가부는 새 청년공감대 사업을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청년공감대 사업의 사업계획서는 A4용지 1장 분량에 불과했다. 여가부는 사업 추진 배경을 “청년 간 젠더 인식격차가 증폭되고 있다”며 “이를 완화하기 위해 청년 간 상호 이해 및 공감대를 형성하고, 청년이 정책 개선에 참여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간담회·토론회를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 모니터링단은 몇 명으로 구성해 언제 출범하는지 등 계획은 일절 없었다.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운영주체였던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의 박효경 활동가는 “여가부에서 버터나이프크루 사업 내용 변경을 얘기할 때도 젠더갈등 이런 쪽은 빼고 청년들 대상으로만 하는 사업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며 “우리 사회의 성평등 문제를 풀어갈 의지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여가부는 새 사업을 너무 급하게 추진한 탓에 버터나이프크루 운영주체인 빠띠와 계약 해지조차 마무리짓지 못했다. 여가부는 7월28일 빠띠 측에 구두로 사업 중단을 통보한 뒤 아직 공식 문서를 보내지 않았다. 빠띠는 사업 중단에 관한 여가부의 공식 문서를 요청 중이고, 여가부는 빠띠 측에 ‘계약 해지 합의서’를 먼저 보내달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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