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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과 국화

동서고금 꽃을 좋아하는 이는 수없이 많다. 그 이유와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오감을 동원해 색깔이나 모습, 또는 향기를 품평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사람에 비유하며 꽃을 탐닉한다. 한겨울에도 꽃을 찾아 먼 길을 떠나거나 꽃과 호형호제하기도 한다. 그런데 꽃의 자태뿐 아니라 그림자마저도 완상하며 찬탄한 이가 있었으니,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을 흔히 유학자, 실학자로 표현하지만, 그는 문·사·철을 두루 갖추고 법학, 공학, 지리학, 농학, 심지어 의학까지, 그의 시선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꽃에 관해서도 관심이 많아 관련 글이 많다. 특히 국화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그는 “국화는 다양한 품종이 많으므로 48종은 있어야 제법 구색을 갖추었다고 할 만하다”라고 하였다. 꽃에 관한 글 중에 <국화의 그림자를 읊은 시(菊影詩序)>는 꽃 완상의 또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그는 국화의 풍취를 4가지로 요약했다. 꽃이 느지막이 피고 오래가며, 향기가 그윽하고 요염하지 않으면서도 차갑지 않은 점이 그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까지는 누구나 아는 것이라고 접어둔다. 그것 말고도 특별한 감상법이 있는데, 혼자 즐기는 것이 못내 아쉬워 윤이서를 포함한 친구들을 불러들여 시연하였다. 이른바 야밤의 그림자 감상법이라! 그는 등잔불을 켜고 국화의 그림자가 벽에 비치면 마치 동산에 달이 떠올라 뜨락의 나뭇가지가 담장에 일렁이는 듯한 모습이라고 찬탄한다. 또 구름이나 노을처럼 보이다가 촛불이 흔들리면 일렁이는 파도의 형상으로도 보이니 참으로 신묘하여 형언할 수 없다고도 했다.

꽃이라는 사물이 입체에서 평면으로 바뀌며 나타나는 형상마저 탐구하였던 다산. 3차원의 세상을 2차원으로 변환시키며 새로운 차원의 감상법을 제시하였다. 역시 다산다운 아이디어다. 촛불 앞의 그림자는 꽃이라는 원래의 모습을 자유롭게 변형시키며 또 다른 형상을 만들어낸다. 그는 그것을 놓치지 않고 이미지 속에서 새로운 사물과 현상을 읽어내고자 노력하였다. 이것이야말로 삼라만상을 바라보는 다산의 심원한 시각이 아니었을까. 꽃에 관한 궁구가 이러했으므로, 그가 다양한 분야에 일가를 이룬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리라. 한밤중 벽에 투영되는 그림자마저 궁리하여 감상하였던 다산은 진정 꽃을 즐긴 인물이라 할 만하다. 그날 밤 다산과 친구들은 국화꽃 그림자에 취해 황홀한 저녁을 보냈다 한다. 이제 다산이 그토록 아끼던 국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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