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20조원으로 예정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증권(ABCP) 지급보증거부 사태 이후 채권시장 경색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20조원 규모의 채권 매입으로는 시장안정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은 25일 “채안펀드 추가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 총량을 20조원으로 이야기했는데 부족하면 더 늘릴 수도 있다”며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등 대외 변수가 너무 많아 유연하게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제7회 금융의날 기념식 후 취재진들과 만나 “이전에는 회의를 통해서 시장 전반을 점검했지만 이제는 만기가 돌아오는 현황을 하나하나 점검해가는 시스템으로 전환했다”며 “채안펀드를 운용하는 전문가들이 시장 상황을 보며 필요한 만큼 바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50조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정부는 또 24일부터 채안펀드의 남은 1조6000억원으로 매입을 시작하고 캐피탈콜을 11월 초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아직 정책 효과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지적에 “하루 만에 효과를 볼 수 없고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감독당국과 금융권이 계속 자세히 보고 한은도 조만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시장안정) 조치를 할 것이기에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중국과 홍콩 증시가 시진핑 3기 출범에 대한 우려에 하락세를 기록한 데 대해 “국내 레고랜드 사태와 중국 증시 불안 이슈 등을 제외하더라도 (향후 금융시장을 둘러싼) 리스크는 도처에 정말 많다”면서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말했다.
레고랜드 사태 후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접촉했는지에 대해서는 “저희가 (사태 발생 전에) 몰랐던 건 사실이지만 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얘기가 됐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자체 관련 보증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 지자체 관련 이슈는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이날 한국전력(AAA)이 입찰하려고 했던 3년물 2000억원어치는 유찰됐다. 지난 17일에도 4000억원 규모의 한전채 발행에 나섰으나 1200억원어치가 유찰된 바 있다.
흥국생명은 당초 이번 주에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선순위채보다 시장 상황에 더 민감해 현 시점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추후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
인천도시공사(AA+)는 전날 수요예측을 거쳐 이날 6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당초 2년물 300억원, 3년물 500억원을 예상했으나 응찰 수량이 2년물은 200억원, 3년물은 100억원이 되면서 2년물 6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데 그쳤다. 다만 인천국제공항공사(AAA)의 공사채 입찰에서는 2년물 800억원, 3년물 400억원어치가 각각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