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비은행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연합뉴스
강원도의 레고랜드 지급보증 거부 사태 이후 증권·캐피털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지주들이 계열사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6일 발간한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한계기업, 부동산 PF 등의 취약성이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비은행업권의 부동산 PF에 대해 “지방 사업장의 부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와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잔액 112조원 중 비은행권 잔액은 84조원에 이른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대한 경고음이 이어지자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4대 금융지주는 그룹 계열사의 부동산 PF 및 브릿지론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그룹 전체를 전수조사해 그룹 전체 여신 중 부동산 PF 및 브릿지론의 비율이 2% 정도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고정 이하 여신은 200억원 정도다.
방동권 신한금융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는 지난 25일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부동산 PF와 브릿지론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게 사실”이라며 “부동산 섹터에 대한 한도 관리와 심사 관리를 강화하는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의 경우 부동산 PF 약정 잔액이 9조5000억원이다. 이 중 요주의 여신 규모는 1070억원 수준으로, 약정금액 대비 0.68%다. 임필규 KB금융 CRO는 “손실로 인식할 수 있는 부분이 사업장마다 가중평균 27~28% 정도”라며 “그러나 이는 극단적인 상황이며, 이렇게 가정해도 손실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도 은행과 캐피털, 종합금융, 저축은행 등 그룹 전체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 금액)를 관리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1조8000억원 규모다. 1조원은 우리은행, 나머지는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종합금융이 가진 대출 잔액이다.
정석인 우리금융 CRO는 “우리은행이 가진 부동산 PF 대출 잔액 중에는 부실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그룹 전체로 봤을 때 고정 이하 여신은 400억원이고 충당금 200억원을 적립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하나증권의 채무 보증 잔액이 지난 2분기 기준 4조9000억원으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많다.
정승화 하나증권 CRO는 “상반기 대형 인수 금융이 여러 건 있어 잔액이 일시적으로 늘었던 것”이라며 “3분기에는 3조900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줄었다. 당분간 국내 부동산 금융을 지속해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익스포저가 큰 만큼 그룹 전체의 부동산 PF 잔액 관리를 엄격하게 할 방침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하나금융은 타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