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국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채권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기적으로 경색된 채권 시장 유동성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서다. 특수금융채(특은채)는 회사채나 여전채에 비해 신용등급이 높아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쓸어간다는 지적이 많았다. 산업은행도 20조원 규모로 조성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위한 추가 채권 발행은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는 최근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에 경색된 자금 시장을 고려해 특수금융채 발행을 최소화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예정된 금융채 발행 일정도 확인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금융채(산금채)나 중소기업금융채(중금채) 발행을 최대한 뒤로 미뤄달라고 했고 (일부 국책은행은) 협조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급하지 않으면 금융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면서 “산금채 발행 계획은 공개할 수 없고 일부는 필요할 경우 발행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50조원 플러스 알파’ 유동성공급프로그램을 위한 산금채 추가 발행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당국이 중소기업 대출 등 정책 자금 공급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중금채 발행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런 요청은 채권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산금채, 중금채 등 사실상 국채와 같은 수준의 초우량 채권으로 몰리면 안 그래도 부족한 채권 수요가 더 마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산금채 금리는 연초 연 1%대였으나 가장 최근 발행된 지난 21일에는 5.650%까지 올랐다. 민간 채권 평가사 4곳이 산정한 금리 평균(민평 금리) 5.049%보다도 0.601%포인트 높았다. 시장에서는 안 그래도 수요가 마른 채권시장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없는 특수금융채가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역시 우량자산으로 평가받는 은행채에 대해서는 금융사들이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5개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부행장과 한 제2차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회의에서 은행들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조치 유예로 자금 공급 여력이 확대된 만큼 은행채 발행을 최소화하고 채안펀드 캐피털콜(펀드 자금 요청)에도 신속히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CR은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은행 통합 LCR 규제 비율을 연말까지 92.5%로 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6월 말로 연장됐다.
한편 한국증권금융은 이날부터 중·소형 증권사를 대상으로 최대 3조원의 자금 지원을 시작했다. 산업은행은 27일부터 10조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중 2조원을 증권사 기업어음(CP) 매입에 투입한다.
금융위는 “증권업계도 담보가 우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나 정상 CP는 최대한 시장에서 흡수해 정상적인 단기자금 시장 기능을 조속히 복원하도록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