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받고도 2018년엔 무혐의
위헌 결정 후에 떠밀리듯 제재
공소시효 4일 남아 ‘늑장’ 비판
공정거래위원회가 애경산업과 SK케미칼 등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들에 총 1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관련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고를 받고도 가짜광고 관련 내용을 무혐의 결정하고 심의를 종료한 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떠밀려 뒤늦게 시정에 나선 공정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전원회의에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각각 7500만원과 3500만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하기로 하고, 각 법인과 안용찬 전 애경 대표이사,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는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주식회사, SK디스커버리 주식회사 등 3개 사가 CMIT·MIT 성분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과장해 광고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CMIT·MIT 성분을 포함한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를 상호 협의로 개발해 2002년(솔잎향)과 2005년(라벤더향)에 각각 출시했다.
애경은 신제품 출시 당시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등의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런 내용이 2002년 10월과 2005년 10월 인터넷신문 기사를 통해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당시 해당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없었고 오히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였다.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안전성 근거로 주장된 서울대 실험보고서에서도 유해 가능성이 확인됐고,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흡입·섭취 시 피부점막 및 체세포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미국 환경청(EPA) 자료 등에서도 CMIT·MIT 성분은 급성독성이 상당히 높고 특히 피부 및 안구 자극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공정위는 “광고에서 주장하는 사실에 관한 사항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다”며 “애경과 SK케미칼이 객관적·합리적 근거 없이 사실과 다르게 광고한 거짓·과장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는 2018년 재조사 때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고 보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이를 위헌으로 결정하자 재조사에 나서 약 한 달 만에 제재했다. 관련자들을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조치가 이뤄졌지만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를 불과 5일 남기고 시정에 나선 공정위도 비판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도 2012년 ‘심사관 무혐의 결정’, 2016년 심의종료 결정을 내렸고, 2018년 재조사에서도 ‘인체 무해’ 표시는 검찰 고발에서 제외했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결과적으로 사건 처리가 상당히 늦어졌다”며 “헌재가 결정한 취지 정도의 조금 더 적극적인 판단이 부족했던 것은 저희도 아프게 생각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조금 더 엄정하게 심사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번 고발로 애경과 SK케미칼이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