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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들자’는 왜 드물까

출판계에서 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었으나 이제는 트렌드서의 계절이라고 바꿔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3>은 9월 하순 예약판매를 시작하였고, 뒤를 이어 10월에만 10종 이상의 트렌드 도서가 줄을 이었는데, 지난해를 돌아보면 대략 30종 이상의 트렌드서가 연말까지 출간될 거라 짐작할 수 있으니, 이 시기 가장 뜨거운 키워드라는 데에 이견이 없겠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출간 후 요약본이 돌아다닐 정도로 관심도와 열독률이 높은데, 이런 대표작 외에는 어떤 트렌드서가 나오고 있을까. 큰 틀에서 마케팅, 시장, 소비를 중심에 두는 트렌드서와 최근 2, 3년 동안 크게 늘어난 세부 주제별 트렌드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라이프 트렌드 2023>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2023> <Z세대 트렌드 2023>이 전자라면, <2023 미래 과학 트렌드> <대한민국 교육 트렌드 2023> <한국 교회 트렌드 2023> 등을 후자로 분류할 수 있겠다. 특히 후자의 세분화와 확장이 눈에 띄는데, 이쯤 되면 노동, 복지, 인권 등 각 분야에서 트렌드서를 펴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앞선 기대마저 들 정도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이처럼 많은 트렌드서 사이에서 트렌드서의 트렌드를 좇다 보면 정작 필요로 했던 트렌드에는 다가서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싶어 주마간산으로나마 트렌드서가 주목하고 예상하는 내년 트렌드를 살펴보려 한다. 평균 실종과 오피스 빅뱅, 과시적 소비가 아닌 과시적 비소비, 혼자 오래 살 것을 기대하는 독립된 1인이라는 소비 주체, 사회에서 나로 회귀하는 통제의 방향, 다시 돌아온 근심 걱정이라는 감정, 더 선명하고 입체적인 나를 지향하는 하이퍼 퍼스낼리티. 각기 다른 책의 핵심 메시지를 나열한 결과인데 겹쳐 보이는 방향은 드러난다. 코로나19는 안정화되었지만 전쟁, 금리, 환율 등 각자가 대응하기에는 불가항력으로 보이는 외부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방향의 모색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 마케팅, 시장, 소비 중심의 도서들이다 보니 소비 주체로서 모습이 중심이다.

생각해보면 서로 다른 연구 기관과 저자가 분석했다고 해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게 한편으로는 관련 도서들이 제시하는 내년 트렌드에 신뢰를 갖게 되는 상황이기도 할 텐데, 이 흐름을 실제로 살아가는, 때로는 소비로 확인되지 않는 삶의 방향과 태도는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지, 또한 ‘이렇게 흘러갈 것이다’를 넘어 ‘이렇게 만들어 보자’는 과감한 제안과 방향 제시는 왜 만나기 어려운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구체적이지 않은 이야기라 책으로 정리하기 어렵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트렌드가 없어서, 다시 말해 달라지지 않아서 다시 이야기되지 않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매년 반복되는 일들, 예를 들면 노동 현장의 안타까운 사고,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 여전히 논의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 등등. 달라지지 않아서 관심을 덜 받고 그리하여 달라질 기회와 계기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을 떠올리면, 트렌드서처럼 매해 책으로 펴내기는 어렵더라도 같은 시기 여전한 문제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되짚는 시도가 비슷한 규모로는 이루어져야 문제 상황의 변화와 해결 방향의 지속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겠지만 근현대 한국에서 질병과 장애의 삶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살펴본 <치유라는 이름의 폭력>, 지방 청소노동자 농성장 참여기인 <현장의 힘> 등을 트렌드서 옆에 나란히 두고 읽어보려는 이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트렌드에 늦지는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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