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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까 꼭 조심히 들어가

입력 2022.11.05 03:00

얼마 전 미처 서른네 살이 되지 못하고 친구가 죽었다. 여태껏 살면서 나는 대부분의 위기 상황에서 제법 의연했다. 어릴 때부터 가족 누군가 맞거나 병에 걸리거나 실종되거나 유치장에 가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그런 걸 해결하려다가 이런저런 기관에 신고해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수사관이나 무슨 전문가와 기싸움을 하기도 했다. 나는 스스로 아이라고 느낀 적이 없고, 이젠 나이도 그럴듯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례식장엔 어떤 사람이 가야 하는지, 거기선 누가 얼마나 슬퍼해야 적절한지는 몰랐다.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빈소에 들어가 잘할 자신이 없어서 입구에서부터 쭈뼛거렸다. 식장 입구엔 조문객 기본 예절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걸 읽으며 생각했다. 어른이 뭘까? 향을 피우려고 했는데 불이 잘 안 붙었다. 뒤돌아서 상주를 봤다. 적절한 위로의 말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입이 잘 안 떨어졌다. 그때 친구 아버지가 내 손을 끌어당겨 잡았다. 밥을 많이 먹고 가라고 했다. 친구가 대접하는 거라고. 그때 알았다. 장례식장에선 진짜로 밥을 먹어야 하는구나. 그런 걸 왜 하는지 서서히 알게 됐다. 그날 먹는단 핑계로 앉아서 하던 얘기를 밖에선 할 수 없었다. 못다 한 이야기가 내 안에 고이고 있다고 느꼈다.

며칠 전 이태원에서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의료인인 친구가 단체 메시지방에 상황을 공유했다. 응급실이 비상일 거라고. 곧 그 메시지방에 있는 20대인 친구가 현장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른과 연락이 되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모르겠다고 했다. 같이 사는 20대도 어딘가에 나가 연락이 없었다. 한남동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 명단 등록을 했다. 이런 게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차근차근 해냈지만 마음 어딘가에 불안이 있었다. 우리가 이 일을 어떻게 겪게 될까. 이미 아는 것도 있다. 괜찮냐고 묻는다고 괜찮아지지 않는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없다.

같이 사는 20대는 몇 시간 후 다른 곳에 있다고 연락이 왔다. 기관에 전화를 돌려 신고를 취소했다. 집에 돌아온 20대와 서로를 꼭 끌어안아 봤다. 이태원에 있던 20대와는 한동안 연락이 안 됐다. 그가 다니는 대학에서 강의 같은 걸 하는 어른들이 온라인에서 화를 내고 있는 걸 보니, 친구가 연락이 되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기다려야 했고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79건의 신고 전화가 이 일을 막는 데 별 소용이 없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고, 나는 무슨 대답이라도 들어야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현장 경찰력 부족에 대한 질문이 담은 핵심을 이해하질 못했다. 우린 이런 걸 물은 것이다. 내가 속해 있다는 이곳에서 내가 위험에 처할 때 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냐고. 왜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내가 나를 구하면서 살아야만 하냐고. 왜 이런 위험도 상실도 나만의 것이냐고. 이 장관은 그러니까 그때 왜 하필 광화문에서 집회를 했느냐고 답했다. 시스템이란 것이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할지 잘 알 수 있었다. 오늘에서야 연락이 된 친구와의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나 지금 집에 가고 있는데, 길을 갈 때 위험하잖아. 들어가서 다시 연락할게. 그래, 위험하니까 꼭 조심히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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