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자립 이해 없는 자립지원 소용없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자립 이해 없는 자립지원 소용없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용어가 ‘자립준비청년’으로 바뀐 지 1년이 넘었다. 기존 용어가 다소 수동적인 표현이라는 지적과 보호종료청년, 보호종료청소년 등 비슷한 용어로 혼용되어온 점을 감안하여 새 용어로 바꾼 것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정부는 지난 6월22일부터 보호대상아동이 본인 의사에 따라 25세에 달할 때(만 24세)까지로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시설에 거주하는 보호대상아동 대부분이 18세가 되면 살던 곳을 나와야 하는 것이 자립에 어려움을 준다는 판단에서 나온 조치이다. 또한 정부는 보호대상아동의 가정위탁 보호 종료 또는 아동복지시설 퇴소 이후의 자립을 지원하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시·도별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자립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구청에서 일하는 ‘아동보호전담요원’과 별개로 아동이 사는 시설(아직 공동생활가정에는 거의 없고, 주로 아동양육시설)에서 일하는 ‘자립지원전담요원’이 있다. 아동보호전담요원과 자립지원전담요원은 모두 시설에서 퇴소한 아동에 대하여 이후 5년간 사례관리를 해야 하는데, 산술적으로만 보면 최대 30세 청년도 사례관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집계된 전국의 보호대상아동은 약 2만4000명이었고, 통상 매년 보호종료되는 자립준비청년은 2500명 정도이다. 주목할 것은 자립준비 중인 청년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가슴 아픈 사건이 적지 않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호종료아동 대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종료 이후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비율이 전체의 절반이나 되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경제적 이유만큼이나 정서적 이유(가족관계 등)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용어를 바꿔도, 예산과 직책을 늘려도 제대로 자립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정책의 방향 때문이다. 정부는 ‘자립’의 개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가정과 지역사회의 성인 구성원으로 자기 충족적이고 ‘상호 협력적’으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태. 이 개념에서 알 수 있듯이, 진정한 자립은 역경을 딛고 극복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건강하게 작동될 때 가능하다.

홀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을 ‘진정한 어른’이 아니라고 치부해버리면, 세상의 많은 사람은 영원히 미성숙한 상태에 머물게 된다. 그래서 사실 자립과 의존은 반대 개념이 아니다. 가진 것이 많거나 적어도, 가족이 있거나 없어도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를 돌아보는 경험을 통해 사람은 온전한 자립상태로 나아간다.

자립준비청년의 자립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마음을 나누고 돕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자립의 기초로 작동하도록 자립지원 방향을 설계하지 않으면, 제도는 그저 숫자 중심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익숙한 시설에서 몇 년 더 살게 해주는 것, 매달 주는 지원금 액수를 조금 더 올려 지급하는 것, 낯선 누군가에 의한 생활 관리를 몇 년 더 늘려주는 것은 임시방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자립에는 경제적 자립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한 사람을 지금까지 있게 한 정체성, 뿌리와 소속감,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기여 등은 자립의 중요한 동력이 된다. 18세 이후 시설이나 가정 어디에 살든 서로 연결되는 마음의 안정감으로 자립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관리하고 확인하며 돈을 조금 더 지급하는 것이 과연 장기적인 도움이 될까.

정작 아동 지원 현장은 박봉과 과다업무, 비효율적인 업무중복으로 소진되는데도 기관이나 요원의 숫자를 늘렸다는 것에 자화자찬하는 자기만족은 소용없다. 자립준비청년은 수동적으로 받는 것에만 목마른 사람이 아니다. 숫자에 기반한 성과 평가에 앞서, 자립준비청년들의 꿈을 사회와 어떻게 관계로 연결할지가 정책에 더 깊이 투영되길 바란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