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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슬픔은 왜 비난받는가

입력 2022.11.15 03:00

수정 2022.11.1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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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을 시민들이 찾아 추모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을 시민들이 찾아 추모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지난주 ‘책과 삶’ 면 프런트 기사로 신간을 소개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로 모두가 일종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 참사를 함께 슬퍼하고 애도하기 위해 읽으면 좋을 책들을 추천받아 소개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슬픔을 겪은 당사자들의 개인적 슬픔을 다루는 이야기부터, 사회적으로 애도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비난받았던 죽음과 재난, 이타심으로 서로를 도우며 새로운 공동체를 재건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하나의 스펙트럼처럼 다섯 권의 책이 연결됐다.

[기자칼럼] 지독한 슬픔은 왜 비난받는가

이태원 참사 관련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진상규명 과정에서 수사를 받던 이까지 숨진 채 발견됐다. 참담한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책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어쩌면 참사를 바라보기 위한 우회적 도구로서 책이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나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거대한 비극과 슬픔을 자신과 연결시킬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정확히는 ‘두려웠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진은영 시인이 추천한 책 <슬픔의 위안>을 <슬픔의 위로>로 착각한 것이다. 마침 그 책이 있었고, 내용도 얼추 비슷했다. 다행히도 너무 늦기 전에 책 제목을 착각한 것을 알게 됐고, 수정할 수 있었다.

인지적 착오가 빚어낸 실수였지만, 다행히 <슬픔의 위로>가 나쁜 책은 아니었다. ‘위안’과 ‘위로’의 한 글자 차이처럼, 두 책은 비슷한 이야기를 서로 다른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인상 깊었던 대목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사회가 찍는 ‘낙인’이다.

[기자칼럼] 지독한 슬픔은 왜 비난받는가

<슬픔의 위안>엔 조앤 디디온이 사고로 남편을 잃고 쓴 <상실>의 한 구절이 소개된다. “당신들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 미친 게 아니라면 위험하니까. 방사능처럼. 내가 제정신이라면, 내게 일어난 일이 당신들한테도 일어날 수 있겠지.”

<슬픔의 위로>는 이 말을 이런 식으로 들려준다. “상실들은 삶의 취약성을 드러낸다. … 상실의 경험이 독특하고, 격렬하고, 우발적일수록 비난의 강도가 더 심하다.”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도 “비난은 고통과 불편함을 내보내는 한 방법”이며 “타인의 재앙은 우리가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의 증거”라고 말한다. 자신도 유사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인식에 직면하면 고통에 공감하게 하는 ‘감정이입 센터’를 즉각 폐쇄하고 비판과 비난 쪽으로 태세를 전환한다는 것이다. “놀러간 게 잘못”이라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여론은 이런 메커니즘 아래 작동한다.

정부나 통치세력들은 폭력, 불평등, 불안정의 근본 원인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의 하나로 고통을 억누르는 낙관주의를 조장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정받지 못한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불안과 우울증, 물질 중독, 사회적 고립의 형태로 얼굴을 들이민다.

하지만 고통에 대한 ‘혐오감’은 우리가 원하는 것, 바로 ‘안전’과 거리가 멀어지게 만든다. 고통의 현실을 직시하고, 아픔 안에서 함께할 때 ‘사랑과 유대감, 관계 안에서 안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다시 수많은 젊은 생명들을 잃으면서, 우리는 고통과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안에서 적극적으로 함께할 때 비로소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안전이 가능하다는 걸 아프게 배워가고 있다.


이영경 문화부 차장

이영경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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