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 대책’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구를 빠르게 찾기 위해 질병·채무·실업 등 위기정보 입수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지난 8월 발생한 ‘수원 세 모녀 사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소재지 파악과 연락처 연계도 강화한다.
24일 보건복지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지원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위기가구를 찾아내기 위한 정보를 기존 34종에서 44종으로 늘리고, 사망이 의심되는 등 위급한 경우엔 소방·경찰의 협조를 받아 강제로 주택 문을 여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현행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꾸려 운영해왔지만, 지난 8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수원 세 모녀 사건이 또 일어났다.
정부는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그동안 수집해온 단전, 단수, 건강보험료 체납 등 34종의 정보에 이번 달부터 중증질환 산정특례, 장기요양 등급, 주민등록 세대원 등 5개 정보를 추가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엔 재난적 의료비 지원대상, 채무조정 중지자, 고용단절이나 실업 같은 고용위기 정보 등을 더해 총 44종의 정보를 활용할 방침이다. 이 중 채무정보는 최근 2년간 계좌별 연체금액 100만~1000만원이었던 기준을 100만~2000만원 이하로 확대한다. 수원 세 모녀도 연체 금액이 1000만원을 넘어 복지 사각 발굴 체계에 잡히지 않았다. ‘생계형 채무’를 선별하기 위해 잡은 기준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또 위기가구 여부 판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대상자 선정 모형도 세대 단위나 생애주기별 등으로 다양하게 적용한다. 그간 개인 단위로 정보를 활용할 때는 세대원 각자에게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도 종합적으로 볼 수 없던 한계를 개선해 한 세대 안에 위기정보가 얼마나 확인되는지 검토하자는 취지다. 위기정보를 입수하는 주기도 기존 두 달에서 한 달로 바꿀 예정이다.

위기가구를 찾은 후에도 신속하게 실제 소재지와 연락처를 알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행정안전부와 통신사 등이 보유한 위기가구원들의 연락처와 상세한 주택 동·호수 정보를 연계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급여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세대주가 아닌 세대원의 연락처도 입수할 수 있도록 전입신고 서식도 개정할 계획이다. 또 지난해 4차 조사 이후 연락이 닿지 않은 1만7429명 등 연락두절·빈집 가구에는 올해부터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실시할 때 현장조사를 병행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위기가구를 찾는 과정에서 사망이 의심되면 구조·구급을 위해 경찰·소방의 협조를 받아 강제로 문을 열 수 있도록 관련 지침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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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겪고 있는 가구엔 적절한 생계지원을 받을 수 있게 기초생활보장의 보장성 강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 기준 중위소득을 4인가구 기준 5.47%로 인상하고, 생계급여 선정기준이 기준중위소득 35%에 이를 때까지 차츰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몰라서 복지서비스 지원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전 국민 대상으로 ‘복지멤버십’ 가입을 추진해 생애주기별 사회보장 급여를 안내하고 이용을 도울 계획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두 달마다 약 450가구의 위기정보를 수집해 지자체에 17만~18만가구의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 위기정보 종류의 확대로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며 “현장의 의료·사회복지사와 ‘복지 등기우편’ 시범사업중인 집배원들의 정보 수집 등으로 지원 대상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