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아파트 ‘돼지 요리’ 대소동…환경·노동·동물권을 둘러싼 ‘웃픈 이중성’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아파트 ‘돼지 요리’ 대소동…환경·노동·동물권을 둘러싼 ‘웃픈 이중성’

입력 2022.11.25 20:42

[그림책]아파트 ‘돼지 요리’ 대소동…환경·노동·동물권을 둘러싼 ‘웃픈 이중성’

사라진 저녁
권정민 글·그림
창비 | 44쪽 | 1만5000원

휴대전화를 켠다. 배달 앱을 연다. 음식을 고른다. 집 앞에 놓인 음식을 먹는다.

앞서 나열한 네 문장은 우리의 일상이다. 몇 번의 ‘손가락질’이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여느 날처럼 족발, 돈가스, 감자탕, 보쌈, 김치찌개를 시킨 아파트 주민들에게 돼지 한 마리가 배달된다. 주민들은 기겁한다. “돼지를 왜?” 주문이 너무 밀려 배달에 투입된 식당 사장이 재료를 손질할 시간도 없으니 직접 해먹으라고 살아있는 돼지를 보낸 것이다. 주민들은 일단 돼지를 숨긴다. ‘이상한 소문’이라도 나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요리도 안 된 저녁’을 받은 이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돼지를 요리할 계획안을 만든다.

[그림책]아파트 ‘돼지 요리’ 대소동…환경·노동·동물권을 둘러싼 ‘웃픈 이중성’

주민들이 계획한 돼지를 요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1 씻는다. 2 잡는다. 3 나눈다. 4 굽는다. 씻을 때 필요한 도구로 천연모 세척솔과 비건 인증 세제를 정하고, 잡는 일을 맡길 전문가는 단기 아르바이트로 구하고, 부위별로 나눌 때 쓸 전문가용 칼들과 구울 때 사용할 바비큐 그릴과 각종 소스, 유기농 채소를 준비하기로 한다. 재료와 도구의 세계는 넓고도 깊어서 배고픔도 잊고 두 눈이 벌게지도록 검색에 열중한다. 모든 물건은 동이 트기 전에 도착하고 바비큐 파티를 할 생각에 들뜬 이들은 누구도 돼지를 챙기지 않는다. 주민들이 피운 숯에서 불길이 솟아오르자 화재 감식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파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그사이 돼지는 사라져버린다.

권정민 작가는 다수자를 관찰 대상으로 전복하며 편의와 속도 이면에 숨은 환경·노동·동물권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돼지를 요리하겠다는 사람들이 비건 세제와 유기농 채소를 찾고, 직접 잡는 일은 꺼리며 도축 전문가를 단기로 고용하는 모습은 그럴싸해 보이는 유행에 편승해 본질을 간과하는 현대인의 이중성을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배달 기사들로 꽉 찬 엘리베이터 장면은 플랫폼이 지배한 노동시장과 기울어진 배달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돼지를 끌고 가는 경비원과 뒷정리를 하는 청소원은 컷 밖으로 밀려나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직업군임에도 쉽게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는 비정한 사회를 표현한다. 정작 돼지를 요리하는 일은 하지 않고 파티를 할 생각에만 빠지다 느닷없이 물세례를 맞는 주민들에게서는 과정의 어려움에는 뒷짐을 지고 결과의 열매만 먹으려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발견한다. 책은 수북이 쌓인 플라스틱 용기 더미로 끝을 맺는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가는 우리. 쌓여가는 배달 상자와 일회용 플라스틱을 보면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휩쓸려가는 일상에 균열을 내본다”라는 작가의 말이 따끔하게 들려온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