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조급할 필요가 없다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조급할 필요가 없다

입력 2022.11.29 03:00

수정 2022.11.29 03:03

펼치기/접기

나는 무엇인가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할 경우에는 가능하면 그 판단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세상에 판단해야 할 사안은 수없이 많고 그중에는 판단의 시기가 이를수록 좋은 것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면’ 좋은 정보를 모으고 이것저것 따져 본 후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좋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주변에서 중요한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되는데,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든 일찍 하는 게 좋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

대학 교수들 중에도 입학시험, 장학금 수혜자 선정 등에서 면접이나 서류심사를 할 때,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꿈이 ‘구체적’일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특수한 기능을 살려야 하는 분야로 진출하거나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길로 가고자 하는 학생들을 제외한, 보통의 학생들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미래 계획을 서둘러 세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관심의 표현으로써 “너 이다음에 커서 뭐 할 거니”라고 물어보곤 한다. 나는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이런저런 꿈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성인이 될 때까지 열 번쯤 꿈이 바뀌는 것도 좋다. 그런 꿈들을 가져봄으로써 세상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큰 학생들에게는 그런 식의 관심의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나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은 편이다. 주로 수학올림피아드를 통해 지도하게 된 학생들과 내가 근무하는 대학의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미래에 대해 뭔가 일찍 결정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을 은연중에 주변으로부터 받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학업에 충실하게 임하라고 조언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보를 모은 후에 자신에게 맞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데, 계획을 미리 결정할수록 상대적으로 더 적은 정보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므로 그 결정에 하자가 있기 쉽다. 특히 청소년들은 성장하면서 성향과 취향이 바뀌기 쉬운 데다 자신들의 꿈을 이루기에 자신들의 성적 등이 미흡하게 되면 자포자기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대학생들 중에는 미리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전공 공부는 멀리하고 공무원 시험이나 공사 입사 준비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다. 나는 별다른 목표를 갖고 있지 않은 수학과 학생들에게는 “요즘은 전문 지식이 중요하니 학생 때에는 전공 공부를 충실히 하고 그 외에 컴퓨터와 영어를 신경 써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교과서를 통해 윌리엄 클라크의 유명한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제목의 글을 배웠다. 당시에는 너무나 유명하였고 실제로 그 내용이 아주 좋아서, 한글뿐만 아니라 영어로 된 원문까지 읽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의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돈이나 이기심을 위해서나,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 말고, 단지 사람들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추구하는 야망을 가져라.”

하지만 이 유명한 글의 자세한 내용은 잊어지고 제목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 때문인지 대중에게는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미리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변질되어 전달된 경향이 있었다.

당시 미래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지 결정하지 못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방황하며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훌륭한, 그리고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보다 더 강했지만 앞으로의 구체적인 목표를 결정하지 못했다. 고등학생 때 일단 정한 꿈은 ‘동양 사상과 문화가 서양을 앞선다는 것을 보이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나의 방황은 계속됐다.

대학교 1학년 말에 전공을 정해야 하는 때가 되자, 공학보다는 자연과학이 끌렸고, 수학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서 수학의 세계가 좋아 보여 수학을 택했다. 그 이전에 결정했다면 수학을 택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에 가서야 한 그 결정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 결정 덕분에 나는 평생 수학자로서 보람 있고 여유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