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 지음·신소희 옮김
심심 | 392쪽 | 1만9800원
머리가 욱신대서 신경과에, 배가 아파 내과에 간다. 살이 쪄서 비만 클리닉에 간다. 그런데 머리가 아픈 이유가 취직 등 좌절 때문이라면, 폭식의 이유가 우울이라면 과연 전문의 진료를 받고 약을 먹는다고 해결이 될까?
<몸이 아프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저자 앨러스테어 샌트하우스는 내과의에서 정신과 의사로 진로를 바꾸었다.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사람들의 질병에 정신 문제가 상상 이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다.
저자는 ‘정신 질환’과 ‘육체 질환’의 모호한 경계를 탐색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학과를 찾은 환자 중 전문의가 의학적으로 병세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었던 경우는 34%에 지나지 않았다.
병원을 찾는 이들 중 ‘환자인 척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이들은 회복엔 전혀 관심이 없고 의료진의 품 속에 머물길 바란다. 영국에서 만성 신체 질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 못한 결과로 연간 약 100억파운드(약 16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저자는 장기 기증, 안락사, 불치병 환자의 우울증, 노부모의 입원 등 환자 개인의 의지와 선택권이 중요한 문제들을 탐구한다. 과연 불치병 환자는 우울해야만 하는가? 장기 기증이나 안락사를 요청하는 이들의 선택은 온전히 개인의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는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노인 입원율이 늘어나는 것은 과연 진짜로 ‘병’의 문제인가?
책의 핵심 메시지는 질병은 정신의 문제와 떼놓을 수 없으며, 모든 병은 환자의 삶이라는 맥락 안에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전체적인 관점에서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