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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지덕지 가려지던 타투, OTT 타고 주인공으로···‘더 타투이스트’

여름날 도심 한옥에 차린 타투샵

각양각색 사연 들고 찾아 온 손님들

세월호 생존자·손가락 잃은 사람…

진지한 대화와 고민 통해 도안 찾고

각각 상처와 어우러지는 작품 완성

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더 타투이스트>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타투이스트들에게 타투를 받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웨이브 제공

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더 타투이스트>는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타투이스트들에게 타투를 받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웨이브 제공

거리에서 자신의 몸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새겨넣은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본다. 과거 조직폭력배의 상징이었던 타투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방송에서만큼은 예외다. TV 화면 속 타투는 여전히 가려야 하는 존재다.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의 목과 팔에는 덕지덕지 살구색 테이프가 붙는다.

이렇듯 금기와도 같던 타투를 방송 전면에 내세운 첫 시도가 나왔다. 최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더 타투이스트>다. 지난달 16일 1·2화를 시작으로 2주간 총 4부작으로 완결돼 공개된 이 프로그램은 타투이스트와 그 고객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더 타투이스트>는 국내 최초 ‘시추에이션 타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다. 시추에이션 다큐멘터리란 제작진이 설정한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하는 장르다. 볕이 좋은 어느 여름날, 서울 도심의 한 한옥집에 타투숍이 차려진다. 가수 이석훈과 안무가 모니카가 매니저로 있는 이 타투숍에는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매니저, 타투이스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마음에 쏙 드는 타투를 받는다.

카메라는 고객과 타투이스트가 상담을 통해 원하는 그림을 함께 찾아가고 도안을 몸에 새기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손가락 두 마디를 잃은 엔지니어에게 타투이스트 도이는 심은 듯 생생한 손톱을 선물한다. 새로 태어난 손가락을 한참 들여다본 엔지니어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간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20대 여성은 사고 트라우마로 남긴 자해의 흔적 위에 아름다운 꽃과 노란 리본을 그려넣는다. ‘상처를 뒤덮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어우러지는’ 타투로부터 그는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각기 다른 사연의 출연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타투를 받은 뒤 짓는 표정은 타투가 가지는 의미가 단일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는 <더 타투이스트> 각 회차의 제목인 ‘상처’ ‘기억’ ‘선택’ ‘액땜’으로 표현된다.

이 방송의 또 다른 주인공은 타투이스트들이다. 이들은 독창적이고 섬세한 디자인 등으로 대표되는 ‘K타투’를 선도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지만, 국내에선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 서 있다. 국내 타투 시술은 대법원이 1992년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이후 의사가 아닌 사람이 하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는다. 매 회차가 ‘이 프로그램의 타투 작업 과정은 녹색병원 그린타투센터 의료진의 관리 아래 멸균, 소독에 관한 감염관리지침 시설 규정을 준수하여 안전하게 진행했다’는 문구와 함께 시작되는 까닭도 여기 있다.

방송은 타투이스트들이 ‘불법의 굴레’ 속에서도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으로 일하는 모습을 비춘다. 하나의 타투가 타투이스트와 고객 간의 깊은 대화와 고민, 배려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정형화된 길을 가는 데 장애물이 될 만한 크기의” 타투를 하겠다는 대학 졸업반 고객의 말을 가만히 듣던 타투이스트 도이는 “앞으로 어떻게 설계될지 모르는 인생에 지장이 되지 않을 만한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타투이스트> 3화에서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사례자가 사고 이후 스스로 자신의 몸에 남긴 상처 위에 타투를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웨이브 제공

<타투이스트> 3화에서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사례자가 사고 이후 스스로 자신의 몸에 남긴 상처 위에 타투를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웨이브 제공

타투를 주인공으로 한 <더 타투이스트>의 등장은 OTT 부상에 따른 소재의 다양화와도 관련이 있다. 대부분 방송사들은 타투에 혐오감이나 불쾌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타투를 규제하고 있다. 반면 OTT는 비교적 심의나 규제로부터 자유롭다. 매니저로 출연한 이석훈과 모니카가 그간 옷이나 테이프로 꽁꽁 숨겨왔던 타투를 처음 드러낸 것도 OTT였기에 가능했다. 이석훈은 군 복무 시절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휴가 때 새긴 타투를 보며 이겨낸 사연, 모니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기리며 몇 해 전부터 매년 하나씩 타투를 새겨온 이야기를 나눈다.

<더 타투이스트>를 연출한 최정호 PD는 “지금 우리 시대가 원하는 ‘위로’는 무엇이고 어떤 응원의 메시지가 필요한지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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