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노벨상은 남성을 위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에르노는 6일(현지시간) 노벨상 시상식을 앞두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노벨상을 현대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가 10월 10월 10일 뉴욕 앨버틴 북스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에르노는 “노벨상은 전통을 향한 열망의 발현”이라며 “전통에 얽매이는 것은 아마도 더 남성스럽고, 그것은 서로에게 권력을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말은 거의 항상 남성이 독점해왔지만, 나는 여성들이 말할 때 남성들보다 더 장황하고 훨씬 더 실용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한림원이 1901년 노벨문학상을 처음 수여한 이후로 지금까지 119명이 상을 받았다. 수상자 중 여성 작가는 에르노를 포함해 17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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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노는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1940년대 이후 프랑스에서의 삶을 탐구하는 노동계급 여성으로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자전 소설 등을 썼다. 대표작으로는 ‘단순한 열정’(1991) 등이 있다. 한림원은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사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그의 용기와 꾸밈없는 예리함을 가진 작가”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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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노는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지난 한 세기 동안 많은 프랑스 남성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여성이 받은 것은 내가 처음”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문학에 그려지지 않은 세계에 관해 글을 쓰는 여성에게 일종의 불신이 있다”며 “그것은 보수적인 특정 지식층 안에서 나에게 불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12명 이상의 프랑스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지만, 여성이 수상한 것은 에르노가 최초다.
에르노는 자신이 받은 상을 “인종차별, 모든 형태의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과 (존재를) 인정받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모두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노벨상 제정을 유언으로 남긴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기일인 12월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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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은 기자 cielo@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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