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잠자리 날기 바로 전, 해 뜨기 바로 전…우리가 놓칠 뻔한 ‘찰나의 순간, 무수한 마음’들](https://img.khan.co.kr/news/2022/12/09/l_2022121001000402100035451.jpg)
어떤 마음
엘라 빌트베르거 지음·린다 볼프스그루버 그림
전은경 옮김 | 라임 | 32쪽 | 1만3000원
‘잠자리가 날갯짓을 하기 직전, 그 특별한 순간을 알아? … 하기 전의 그 짧은 순간을.’ 그림책 <어떤 마음>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너무 흔해서, 대수롭지 않게 보았던 잠자리의 비상을 천천히 떠올려본다. 풀잎 위에 앉은 작은 생명이 실핏줄처럼 얇디얇은 날개를 파르르 떨며 세상을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을.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몸짓이 실로 어마어마한 기적이었음을 곧 깨닫고 흠칫 놀라게 된다.
![[그림책]잠자리 날기 바로 전, 해 뜨기 바로 전…우리가 놓칠 뻔한 ‘찰나의 순간, 무수한 마음’들](https://img.khan.co.kr/news/2022/12/09/l_2022121001000402100035452.jpg)
작가는 이런 찰나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가 떠오르기 바로 전 무엇을 느꼈는지, 새가 울기 바로 전 무엇을 들었는지, 빗방울이 떨어지기 바로 전 어떤 냄새를 맡았는지. ‘아마도’로 운을 맞춘 문장이 노래처럼 흐른다. ‘아마도 깊은 고요 또는…’ ‘아마도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또는…’ ‘아마도 새콤한 흙냄새 또는…’. 반복되는 ‘또는’과 말줄임표가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들을 소환하며 저마다 다른 기억의 감각을 깨운다.
![[그림책]잠자리 날기 바로 전, 해 뜨기 바로 전…우리가 놓칠 뻔한 ‘찰나의 순간, 무수한 마음’들](https://img.khan.co.kr/news/2022/12/09/l_2022121001000402100035453.jpg)
자연이 주는 찰나의 기적을 상상하게 한 뒤에는 우리가 놓칠 뻔한 마음의 순간을 클로즈업한다. 바람에 잎사귀가 떨어지기 바로 전, 무언가를 고르기 바로 전, 진실을 마주하기 바로 전, 누군가가 너를 안으러 다가오기 바로 전, 문이 열리기 바로 전, 불을 끄기 바로 전. 그 짧은 순간 어떤 기분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소곤소곤 묻는다. 설렘, 그리움, 두려움, 포근함, 걱정, 소망과 같은 감정들이 하나둘씩 되살아난다. 아주 잠시 머물렀던 마음들을 찬찬히 들여보다 보면 마치 거울을 보듯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무수한 순간의 감정과 생각이 모여 내가 된다. 그 모든 찰나가 모여 우리가 사는 세계가 된다. 타인과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 좋을 책이다. 부드럽고 따스한 색감의 그림과 글이 어우러져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은 몽글몽글해진다. 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