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가 일하다 죽지 않을 직장을 찾고, 기업이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다하려면 산업재해 정보가 더 많이 공개돼야 한다.”
시민단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노동건강정책포럼은 지난 15일 서울NPO지원센터에서 ‘아픔이 길이 되게 하는, 중대재해 정보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해외 안전보건 선진국의 공개 데이터베이스(DB)를 참고해 조속히 중대재해 조사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직업안전보건청(OSHA)은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DB를 만들어 재해 발생 사업장의 기본 정보와 법 위반 사항, 벌금 등의 정보를 공개한다. 영국 보건안전청(HSE)도 보건안전법을 위반한 기업 주소, 업종, 위반 사항, 사고 이력 등 사건 기록을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두 기관 모두 누구나 쉽게 재해 조사 내용을 검색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 공표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1년에 한 번 산업재해 다발 사업장 명단을 공개한다. 하지만 한 해 동안 2명 이상이 사망한 사업장만 공개를 하고 있어 외부에 공표되지 않는 사고가 많다.
공개되는 정보의 종류도 제한적이다. 사업장 이름과 규모, 사망자 수 등 단순 통계 정보만 공개되고 있어 사고 원인과 사업체의 의무 위반사항 등은 알 수 없다. 사업자등록번호도 제공되지 않아 같은 이름이나 비슷한 회사명을 가진 사업장으로 혼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기업이 산재 예방 책임을 다하도록 압박하는 목적으로 시행 중인 명단 공표 제도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이다.
세미나에서는 정보공개센터가 지난 2일 공개한 ‘일하다 죽지않을 직장찾기’ 웹사이트(www.nosanjae.kr)도 소개됐다. 웹사이트에서는 중대재해 기업을 검색해 사고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센터는 지난 5년 간 발생한 산재사고 정보를 수집해 공개 DB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2019년 산업재해 심각성을 알린 경향신문의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 기획 시리즈에서 정리한 자료도 포함됐다.
검색창에 기업명을 입력하면 최근 5년간 해당 기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건수와 각 사건의 일자, 사고발생 형태, 행정조치, 기소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채용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이라면 워크넷에 게시된 채용정보도 함께 볼 수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기업의 산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직업안정법을 개정하기 위해 입법청원 서명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채용공고에 산재 다발 사업장 정보를 표시하면 어떨까, 그러면 명단공개 제도가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며 “사회적 참사로서 중대재해의 성격을 밝히고 시민들의 논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어도 사망 사고는 ‘2명 이상 발생 시’ 등의 제한 없이 모두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