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에는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 시설 설치 요구
법원이 서울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양측에 조정안을 제시했다. 공사에는 엘리베이터 미설치 역사에 대한 시설 설치를, 전장연에는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장혜영 서울중앙지법 상임조정위원은 지난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장 위원은 전장연에 “현재까지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시위로 인한 피해들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열차와 역사 승강장 안전문 사이에 휠체어 등을 위치시켜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방식 등으로 열차 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키는 방법의 시위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위 참여자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마다 공사 측에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손해배상 청구 근거가 되는 지연 시간 기준점을 5분으로 정한 것은 공사 내부 규정을 반영한 조치다. 공사는 지난 조정기일에 출석해 내규상 지연 시간이 3분을 넘으면 방송을 하고, 5분이 되면 이격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또 조정위는 공사에 “현재까지 장애인들에게 발생된 사망 사고에 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서울 지하철 전체 역사 275개 역 중 엘리베이터 동선을 확보하지 않은 19개 역사의 엘리베이터를 2024년까지 설치하라”고 했다.
2001년 경기 오이도역, 2002년 서울 발산역 등 그간 장애인들이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리프트를 이용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당초 ‘1역사 1동선’ 100% 달성 시점을 2022년으로 못박았지만 지켜지지 않은 상태다. 전장연은 지난 1일 열린 조정기일에서 공사를 향해 이 부분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1월 전장연을 상대로 3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는 소장에서 “피고들은 2020년 1월22일부터 11월12일까지 7차례에 걸쳐 열차 내 전동휠체어를 타고 승하차를 반복해 고의로 열차 운행을 지연시키는 불법행위를 계획·주도·실행했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공공의 이익을 달성하는 데 목적이 있는 점 등을 들어 위법 시위가 아니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지난 9월28일 판결을 선고하기보다 양측 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조정 절차에 넘겼다. 2주 내에 양측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확정 판결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공사와 전장연 어느 한 쪽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 재판 절차로 넘어간다. 전장연은 조정위원이 제시한 결정사항을 받아들일지 논의 중이다.
앞서 전장연은 지난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휴전’을 받아들여 국회에서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출근 시간대 지하철 선전전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교육권·탈시설 등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1년 넘게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