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과거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 소득 대비 연 원리금 상환액)이 평균 60%를 돌파했다. 금융당국이 ‘갚을 수 있는 만큼 대출받는 관행을 정착시킨다’는 취지로 DSR 40%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금리가 상승해 규제가 무색해졌다.
26일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 분석 결과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평균 DSR은 지난 3분기 60.6%로, 2019년 1분기(60.2%) 이후 3년 6개월 만에 60% 선을 넘어섰다.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차주는 연 소득의 60% 이상을 대출 상환에 쓰고 있다는 뜻이다.
대출받을 때는 당국의 DSR 40% 규제에 따라 대출 한도가 결정된 차주도 그 후 금리가 올라 이자가 늘면서 DSR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모두 보유한 차주의 DSR은 주택담보대출만 있는 차주에 비해 더 많이 증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차주의 DSR은 지난해 6월 64.6%에서 올해 10월 70%로 점차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DSR이 70%를 넘는 차주는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제외하면 월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저소득자,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이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전체 가계대출 차주 중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 9월 말 6.32%다. 한은은 “향후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 과거와 같이 취약차주 비중이 8%를 웃돌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이 플랫폼을 통한 대출 영업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취약차주는 생활비 목적의 대출을 새로 받는 것도 어려워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토스의 대출 비교 서비스에 입점한 금융사 52곳 중 22곳이 올해 연말까지 대출 조회 결과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반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도 플랫폼에서 취급하지 않는다. 당국이 부여한 대출 총량이 거의 다 차 신규 대출을 실행할 여력이 없어서다.
금리 상승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매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자영업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영업자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변동 규모’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7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1014조2000억원으로 이 중 사업자 대출이 665조1000억원, 가계대출이 349조원이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말보다 329조3000억원(48.1%)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내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다섯 차례 연장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를 점차 중단한다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