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00명 이상의 여성 청소년이 아이를 낳는다. 가정폭력과 학대·방임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청소년들은 국가의 보호 밖에서 엄마가 됐다. 임신부터 출산·양육, 그 이후의 삶까지도 주변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청소년 한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은 국가의 복지시스템이 훨씬 더 촘촘하고 강력해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향신문은 송년기획 <나, 어린 엄마> 속 두 엄마를 가까이서 도와 온 강영실 애란원 원장과 이정민 사회복지사, 지원사업 ‘더 맘(The Mom)’ 담당자 신소연 희망친구기아대책 국내사업기획팀 과장을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본부에서 만났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위기임신은 ‘무책임한 일탈’이 아니라 ‘사회적 사건’이라고 했다. 이 복지사는 “원가정에서 가정폭력이나 여러 위협을 당해 심리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남자들이 만나자고 하면 마음을 주기 쉽다”고 했다. 강 원장은 “생애주기마다 중요한 관리를 받지 못해 무망감이 높고 내적통제가 길러지지 못했다. 사랑과 애착을 모르니 로맨스에 환상이 있다”며 “피임을 왜 안 하냐는 질문은 우둔한 질문”이라고 했다.
‘내 삶’도 위태롭다. 이 복지사는 “대부분 학업을 병행하는데,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포기하는 친구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아이돌봄 서비스가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아이의 건강이상 같은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법·제도가 ‘너무 포괄적이고 흩어져 있다’고 했다. 강 원장은 “현재 한부모가족지원법에는 청소년부터 사별, 미등록이주민 등이 모두 포괄돼 있어 각각의 상황에 따른 정확한 지원이 어렵다”고 했다. 세분화된 지원체계를 국가는 제대로 연결해주지 않는다. 강 원장은 “우리도 낯선 제도는 전화로 들어도 알기 어렵지 않나”라며 “같이 가주고 상황에 맞게 연결해줘야 하는데 국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민관의 역할은 다르다. 세심한 관리와 전문성은 민간이 뛰어날 수 있다. 기아대책의 ‘더 맘’은 전문가와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지원사업이다. 위기임신청소년을 발굴하고 임신·출산·양육지원, 생계·심리안정 등을 제공하거나 관련 서비스를 연계한다. 신 과장은 “청소년들이 임신으로 당황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렵다”며 “바른 결정을 할 수 있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사업을 기획했다”고 했다.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큰 그림’은 결국 국가의 몫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 원장은 “여기저기 세분화된 서비스를 시설에서 종합하듯, 지역사회가 종합서버스를 만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며 “민관이 협업해야겠지만 제도가 먼저 가주지 않으면 사회 전반의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회의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다. 이 복지사는 “본인과 같은 길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받지 못한 사랑표현이나 노력을 많이 한다는 걸 알아주고, 지지해주면 좋지 않을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