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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OTT’ 왓챠 위기…구독자들 ‘#왓챠살아나’ 행동 나섰다

입력 2023.01.05 16:21

수정 2023.01.0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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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OTT 왓챠 로고. 왓챠 제공

국내 OTT 왓챠 로고. 왓챠 제공

“이 영화들은 모두 왓챠에만 있어요. #왓챠살아나.” “왓챠 없으면 BL은 어디서 봐? #왓챠살아나.”

‘왓챠살아나’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선발주자인 왓챠가 경영위기에 빠진 사실이 알려지자 서비스를 살리려는 이용자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5일 트위터에서 ‘왓챠살아나’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백건에 달하는 게시물이 나온다. 주로 왓챠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다른 OTT엔 없는 왓챠의 장점을 나열하며 구독을 권하는 식이다. 이 움직임은 지난해 말 LG유플러스가 왓챠 인수를 시도하다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본격화했다.

‘왓챠 살리기 운동’에는 이른바 ‘다양성 콘텐츠’를 즐기는 마니아층의 욕구가 반영돼있다. 왓챠는 넷플릭스나 티빙 등 다른 OTT들이 제공하지 않는 콘텐츠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은 다른 OTT보다 많다. 풍부한 BL(Boy’s Love·남성 동성애를 다룬 장르) 콘텐츠도 왓챠의 강점이다. 봉준호의 초기 단편 <지리멸렬> 등 좀처럼 찾기 어려운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도 왓챠다.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이자 BL드라마인 <시멘틱 에러>의 한 장면. <시멘틱 에러>는 왓챠 최고 흥행작 중 하나다. 왓챠 제공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이자 BL드라마인 <시멘틱 에러>의 한 장면. <시멘틱 에러>는 왓챠 최고 흥행작 중 하나다. 왓챠 제공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아네트>의 한 장면. 왓챠는 이 영화를 단독으로 수입해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왓챠 제공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아네트>의 한 장면. 왓챠는 이 영화를 단독으로 수입해 국내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왓챠 제공

왓챠에는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은 아트 시네마도 많다. 왓챠는 2021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타탄>, 감독상 수상작 <아네트> 등을 수입해 독점 제공했다. 높은 완성도와 탄탄한 팬층을 지닌 콘텐츠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려 한 것이다.

왓챠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멘틱 에러>를 시작으로 BL에 입문했다는 직장인 A씨(34)는 “<신입사원>을 비롯해 왓챠에서 새로운 BL물들이 더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왓챠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는 왓챠의 익스클루시브(독점 제공) 콘텐츠에 대한 좋은 시청 경험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와이 우먼 킬> <킬링 이브> 같은 여성이 중심인 양질의 콘텐츠를 왓챠 덕분에 볼 수 있었다”며 “다른 서비스가 잘나가는 콘텐츠에만 힘을 실어준다면 왓챠는 아기자기한 콘텐츠에도 진심이라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왓챠의 콘텐츠 평가 및 추천 서비스인 ‘왓챠피디아’ 때문에 애착이 큰 경우도 많다. 왓챠는 사업 초기 고유 알고리즘을 적용한 이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층을 넓혀왔다. 지난 10년간 1500편 가까운 콘텐츠의 감상평을 왓챠피디아에 남겨온 고은지씨(32)는 “영화를 보기 전에 한 번, 보고 나와 또 한 번 왓챠피디아에 접속하는 게 오랜 습관”이라며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서로 감상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말했다.

왓챠의 고전은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 OTT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시작됐다. 글로벌 1위 OTT 넷플릭스가 굳건히 버티는 가운데 공중파 방송과 SKT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웨이브, CJ ENM이 만든 티빙이 가세하며 경쟁은 치열해졌다.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도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 서비스는 수년간 적자를 감수하고 수천억원대의 투자를 감행했다. 화려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해 구독자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전략이었다. 2021년 기준 티빙의 영업손실액은 762억원, 웨이브는 558억원이다. 지난해에는 KT의 ‘시즌’을 흡수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운 티빙이 웨이브를 제치고 국내 1위 OTT에 올라서는 등 지각변동도 일어났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에서 밀린 왓챠의 입지는 엔데믹과 함께 OTT 이용자가 줄면서 더 좁아졌다. 비슷한 시기 왓챠의 매각설이 돌기 시작했다.

여성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치정 복수극 <와이 우먼 킬>은 왓챠가 독점 공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왓챠 제공

여성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치정 복수극 <와이 우먼 킬>은 왓챠가 독점 공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왓챠 제공

지난해 말 LG 유플러스가 왓챠 인수에 나섰지만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초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때만 하더라도 5000억원에 이르던 왓챠의 기업가치는 최근 수백억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 튀기는 경쟁 속에서 소규모 OTT가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DMZ다큐멘터리 영화제가 자체 개발한 다큐멘터리 전문 OTT 서비스 ‘보다(VODA)’도 이달 31일을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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