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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책을 읽는 아이

입력 2023.01.07 03:00

수정 2023.01.0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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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두 눈이 있고 세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것이 더 우월한 삶이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삶의 가치는 훨씬 더 넓은 영역 안에 있다. 그것을 말하는 작가가 진 리틀(Jean Little)이다. 그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에 네 번이나 후보로 올랐고 50권이 넘는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남겼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얼른 가서 코를 씻으라는 잔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한다. 항상 코를 종이에 바짝 붙이고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코에 글자가 인쇄되겠다”는 핀잔을 들으면 “다행히 저는 코가 작아서 책을 눈에 가까이 가져갈 수 있네요!”라고 대꾸했다고 한다. 그는 날 때부터 각막에 흉터가 있어 매우 희미하게만 앞을 볼 수 있었고 평생 안내견과 함께 살았다.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아동문학평론가

진 리틀은 적극적 성격의 여행을 즐기는 청소년으로 살았고 토론토대학에서 노스럽 프라이의 제자로 영문학을 공부했으며 장애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동화작가가 된 이유는 자신의 학생들에게 수업하기 위해 책을 찾았으나 알맞은 작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장애 어린이가 나오는 동화 자체가 드물었고 “장애를 가진 상태를 유지하면서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작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장애인이 불행하게 죽거나 <비밀의 화원>처럼 장애가 기적적으로 치료되는 이야기만 나와 있었다.

그의 첫 작품 주인공인 샐리는 캐나다 아동문학에서 진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거의 최초의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샐리는 개를 훈련시키고 학교의 교칙을 바꾸고 친구들과 놀다가 무섭게 화를 내기도 한다. 뇌성마비는 어떤 ‘선고’가 아니며 근육 제어 및 조정에 영향을 미치는 상태인데, 그전까지 동화 속에서는 격리된 존재로 나왔다. 진 리틀은 장애 인물이 나오는 동화의 새 기준을 만들었다.

어려서 코를 붙이고 책을 읽던 진 리틀은 성장하며 시력을 거의 다 잃었지만 그를 돕는 사회적 방법도 늘어났다. 1932년생인 그는 종이에서 타자기로 글쓰기를 옮겼다가 1984년작 <엄마가 앵무새를 사주실 거예요>는 녹음기를 이용해서 썼다. 문장부호까지 녹음하며 7년에 걸쳐 쓴 이 책은 그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컴퓨터의 음성인식 기술이 나온 후로는 다작할 수 있었다.

60이 넘은 나이에 연쇄살인범에 의해 희생된 조카의 아이를 키우게 되었고, 그때부터 자신은 작가이자 ‘공동의 부모’였다고 말한다. 앞을 보지 못하는 반려견 네 마리가 그의 보살핌을 받으며 같이 살았다. 그는 왜 동화를 쓰냐고 질문받으면 “내가 곧 열 살이 되니까요”라고 대답한 유쾌한 사람이었다.

동화작가 크리스티나 미나키는 지난해 12월24일 노섬벌랜드 뉴스(Northumberland News)에 기고한 글에서 “진 리틀이 첫 책을 쓴 1962년 이후 60년이 지났지만 장애 동화는 진 리틀이 세운 기준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깝게 지적했다. 최근의 그림책과 동화는 휠체어와 보조장치를 이용하는 인물이 지하철도 타고, 일상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더 그리려고 노력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와 신경학적 다양성도 다룬다. 그럼에도 어떤 삶의 유형을 향하는지에 대해선 진전이 더디다는 것이다. 지금도 장애 인물은 비장애인의 삶에 영감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되고, 비장애인의 극적 불행을 장식하기 위해 장애인 가족이 등장하기도 한다.

크리스티나 미나키는 “장애가 삶에 있어 독특한 도전”인 것은 맞으나, 장애가 있는 인물이 자기다움을 유지하면서 즐겁게 미래를 만들고 생산적 활동을 벌이는 이야기가 늘어나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도리어 장애인의 삶을 고립된 것으로 바라보는 퇴행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가. 무엇을 써야 하며 무엇을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가. 쓰는 것과 동시에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 현실 속 장애인의 비명은 동화에 기록되고 있는가. 장애인 어린이의 웃음은 충분히 묘사되고 있는가. 새해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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