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지난해 횡재를 누린 은행 업계가 요즘 직원들에게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경영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61%를 책정했고 KB국민은행은 280%, NH농협은행은 400%로 정했다고 한다. 정유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오일뱅크가 기본급의 10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SK이노베이션은 1500% 이상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은행들은 지난해 고금리 혜택을 톡톡히 받았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은 11조220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가계와 기업 대출이 늘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수익도 덩달아 불어난 덕분이다. 정유업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기업이 수익을 직원들과 배분하는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 업종의 수익이 기술이나 마케팅 혁신의 결과가 아니고, 금리나 유가가 안정적인 상황이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은행업은 정부 면허 산업으로 공공성이 강하고, 정유업은 대기업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자들의 편익을 생각해 감독과 규제에 나섰다면 이들이 떼돈을 버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3월 기준 국내 가구의 평균 부채는 9170만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가구의 57.3%가 빚을 지고 있고, 이들의 부채는 평균 1억1879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만 해도 연 3% 수준이던 주택담보대출은 최근 8%를 넘어섰고, 상반기 중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1억원 대출자라면 이자로 연간 1000만원가량을 내야 할 판이다. 서민들의 연료비 지출이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가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6만6950원으로 2021년 같은 시기보다 12.4% 늘었다.
은행과 정유사들은 이런 막대한 수익의 근원을 생각해야 한다. 수익은 누리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은행은 대출금리를 낮춰 예대마진부터 줄여야 한다. 정유사들도 유가가 오를 때는 기름값을 신속히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 정부와 당국은 이들 업종이 거둔 비정상적인 초과 이득을 환수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