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도입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시행 반년 만에 동력을 크게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공공기관 개편으로 노동이사제 적용 대상 기관이 3분의 1가량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노동이사 선임 의무가 사라진 기타공공기관 전환 대상 기관 대부분은 노동이사 선임을 중단하거나 보류한다는 방침이어서 노동이사제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이사제 대상 공공기관 130곳에서 88곳으로 축소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시행령 개정으로 총 130개 공기업·준정부기관 중 42개가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된다. 기타공공기관은 공기업·준정부기관과 달리 노동이사 선임의무가 없다. 기타공공기관 전환 대상 기관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노동이사 선임을 중단하거나 보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가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안건에 대해 발언하고 의결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은 노동자 대표가 추천하거나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은 비상임이사(노동이사) 1명을 반드시 뽑아야 한다.
지난해 8월 4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 당시 대상 기관은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94곳 등 총 130곳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이사제 시행 2주일 만인 8월18일 제10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공기업·준정부기관 분류기준을 상향 조정했다. 당초 130개 공기업(36개), 준정부기관(94) 중 42개 기관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변경됐고 이에 따라 노동이사제 대상 기관도 88곳으로 축소됐다. 이달 말 공운위에서 의결 절차를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기타공공기관 전환 예정 기관 다수가 노동이사 선임 절차 중단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 예정인 기관들은 노동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했다. 법적 선임 의무가 없는 노동이사제를 무리해서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타공공기관 전환 예정인 A공사 관계자는 “법적 의무가 없다보니까 내부적으로 노동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을 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자체적인 노동이사 선임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타공공기관 전환 대상인 B공사도 내부적으로 노동이사 도입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B공사는 “소관 부처와 추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타공공기관 전환 대상 기관의 절반 가량은 노동이사 선임을 위한 정관 개정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전체 42개 전환 대상 기관 중 18개(22년 12월 기준)가 노동이사 선임 관련 정관 개정을 하지 않았다. 특히 공기업과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들은 모두 노동이사 선임 정관 개정을 하지 않았다.
기타공공기관 전환 예정 기관 가운데 노동이사 선임한 기관 없어
이미 노동이사 선임 정관을 개정한 기관들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노동이사 선임 정관을 마련한 준정부기관 관계자는 “노동이사 선임을 위해 노조와 협의를 하고 있다”며 “다만 협의가 잘 안되면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무리해서 선임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동이사 선임 정관 개정이 이뤄진 전환 예정 공공기관 24곳 중에서 노동이사를 선임한 기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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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관계자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전환 예정인 기관 중에 노동이사가 선임된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임 의무가 없는 기관이라도 노동이사를 선임하기로 노사간 합의가 이뤄진 곳은 가급적 합의를 존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개편으로 노동이사제 추진 동력이 상당 부분 상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타공공기관 가운데 노사 합의로 노동이사를 선임한 곳은 한국에너지재단 1곳에 불과하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이사제 적용 기관 규모가 축소된데다 시행령과 세부지침을 손보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당초 정부가 시행하기로 합의한 제도인만큼 신속히 안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