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김인태’ ‘오갑환’ ‘설동주’ ‘유길성’ ‘김상현’
11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참사 현장에는 희생자 6명의 이름이 한명 한명 불렸다. 이들은 1년 전 이날 건물이 무너지며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이다.
검은 옷을 입은 유가족들은 200인치 스크린과 스피커를 통해 가족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목이 메인 듯 고개를 떨구거나, 붕괴사고로 단면이 잘린 채 높게 서 있는 건물을 올려다봤다.
광주 붕괴 참사 1주기 맞은 이날 오후 희생자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는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은 유가족들이 직접 주관했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유가족의 요청을 따라 이날 하루 공사를 중단했다.
추모식은 유가족과 지인, 정치인을 비롯해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엄숙한 분위기 속 진행됐다. 추모식은 사고 당시의 상황이 담긴 추모 영상을 시작으로 유족·내빈 소개, 헌화·묵념, 추모사, 안전 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희생자 김인태씨 아들 김범준씨는 “1년 전 오늘 가족 생계를 위해 땀 흘려 일하시던 무고한 여섯 분이 이 자리에서 별이 되셨다”라며 “자상한 아버지였고 사랑하는 남편이었고 다정한 형이며 오빠였다”고 말했다. 이어 “6분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며 “부디 영면하시고 평안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희생자 유길성씨의 처남인 안정호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참사에 가려져 있었지만 1년 전 현장에서는 행정이 있었고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며 “이런 교훈들이 우리 후손에게 이어지고 기억된다면 행복한 광주에 다시는 사고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모식에 참석한 인사들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송갑석 국회의원은 “남아있는 우리의 책임은 보란 듯이 아파트를 안전하고 튼튼하게 짓는 것과 희생된 분들을 기억하는 공간도 함께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영훈 광주시 부시장은 “참담한 사고를 왜 사전에 막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과 죄스러움이 크지만 그만큼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달았고 알게 됐다”며 “안전 컨트롤타워가 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 뒤 경과보고를 갖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다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안전성을 우려한 입주예정자들의 전면 철거 후 재시공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달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재시공은 2027년 12월 입주를 목표로 추진된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이곳 공사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11일 외벽 일부가 무너져내리면서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