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2018년 11월16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회원들이 웹하드를 통해 성착취물을 대량 유통하는 것을 돕고 방조한 혐의를 받는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동원)는 12일 열린 이 사건 선고 공판에서 음란물 유포 및 방조,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신상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7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웹하드 업체 등 A사에는 벌금 1억2000만원을, B사에는 벌금 2억5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웹하드 통해서 막대한 음란물을 포함한 자료 등을 저장해서 공유할 수 있게 했다”면서 “회원들은 죄책감 없이 음란물을 다운받고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운영하는 웹하드를 통해 유통된 음란물의 양이 막대해 사회적 해악이 심각하다”면서 “피고인은 음란물 유통과 저작권 침해가 이뤄진 웹하드를 통해 부를 축적하면서 웹하드를 운영하는 주식회사를 자신의 사금고와 같이 사용하는 등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사에 대해 저지른 횡령, 배임 등의 범죄 피해는 상당 부분 회복된 점과 피해 회사가 사실상 피고인의 1인 회사인 점을 고려했다”면서 “전에 판결이 확정된 사건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양 전 회장은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를 운영하며 성착취물 유통을 조직적으로 조장, 방조해 막대한 이익을 얻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자회사 매각 대금 등 8개 법인의 자금 167억여원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차명 통장 등으로 빼돌린 혐의도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15년 1월~2019년 7월 자신이 소유한 웹하드 사이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통해 유통된 불법 성착취물과 음란물 등을 이용해 총 349억9329만여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업체 별로는 위디스크 성인게시판을 통해 유포된 205만1985건의 음란물을 방조해 176억7826만3653원의 수익을 얻었다. 또 파일노리 성인게시판에서는 182만8224건의 음란물이 유통됐다. 양 전 회장은 이를 방조해 173억1503만1091원의 이익을 거뒀다.
이 사건 재판은 2019년 7월 검찰 기소 이후 3년6개월 동안 진행됐다. 사건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법리 검토 등에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선고를 앞두고 “범죄 사실에 대한 부분이 수십만개에 이르고 (증거물로 채택된) 사진과 동영상 등만 책으로 32권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양 전 회장은 다른 사건 재판으로 이미 징역 5년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위반(배임) 등 혐의로 징역 2년이 선고된 사건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만약 해당 사건과 이번 사건이 모두 그대로 확정된다면 총 징역 12년이 확정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성남여성의전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회원 및 활동가들이 12일 오전 경기 수원지법 성남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희기자
이날 양 전 회장의 선고 공판은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성남여성의전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원회 회원 및 활동가 30여명이 방청석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됐다.
이들은 선고가 끝난 뒤 성남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한편 양 전 회장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음란동영상 다수 업로드로 판매자 자격이 취소돼야 하는 이들을 지켜주고 이들을 지원한 양 전 회장은 방조범이 아니라 정범”이라고 말했다. 이어 “웹하드 카르텔을 온라인 성 착취구조로 봐야만 지금의 상황을 근절할 수 있다”면서 “웹하드 카르텔 사건의 본질은 여성의 신체를 성 상품화해 수익을 올리는 젠더문제와 자본의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