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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이태원 참사, 책임 있는 기관들 과실 중첩으로 발생”···장관·시장·청장엔 면죄부

입력 2023.01.13 11:32

수정 2023.01.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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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 유체화’ 현상 발생…“밤 9시부터 떠다니다 1㎡에 12명 몰리기도”

24명 입건, 6명 구속…행안부·서울시 입건 ‘0명’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과 정부의 부실 대응을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74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참사 발생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1일 출범한 특수본은 방대한 수사를 거쳐 이번 참사를 책임 있는 기관들의 무책임한 대응에 따른 인재로 결론 내렸다. 이 같은 결론에도 불구하고 참사를 예방하거나 발생 이후 대처했어야 할 주요 기관의 수장들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 전 용산경찰서장과 용산구청장 등 6명을 구속했지만, ‘용산’ 울타리 너머 있는 행정안전부 장관·서울시장·경찰청장에겐 솜방망이조차 들이대지 못하고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태원 참사 발생 약 4분 전 사고 발생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 골목 양쪽에서 인파가 몰리는 가운데 중간 지점에서 골목 아래로 사람들이 휩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찰청 제공

이태원 참사 발생 약 4분 전 사고 발생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 골목 양쪽에서 인파가 몰리는 가운데 중간 지점에서 골목 아래로 사람들이 휩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찰청 제공

손제한 특별수사본부장은 13일 서울 마포구 특수본에서 열린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경찰, 지방자치단체,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안전 사고를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사전 안전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는 등 예방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군중 밀집 상황에서 신고를 접수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부정확한 상황 판단과 유관기관 협조 부실로 구호가 지연되는 등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의 참사 전후 조처가 총체적으로 미흡해 발생한 사고라는 것이다.

특수본은 159명이 숨지고 196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폭 3m 남짓한 좁고 가파른 골목에서 인파가 10m에 걸쳐 겹겹이 쌓이고 끼여 발생했다”며 “당시 군중이 액체처럼 움직이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특수본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15분쯤 의지와 상관없이 골목으로 ‘떠밀려’ 내려온 인파 중 일부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연쇄적인 넘어짐’이 발생하면서 해당 골목의 군중 밀도는 5분 뒤 ㎡당 8.06∼9.40명으로 증가했다. 오후 10시25분쯤에는 군중 밀집도가 제곱미터당 9.07∼10.74명까지 늘었으며, 순간 최대 12.09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시점인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15분 사고 발생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 경찰청 제공

이태원 참사 발생 시점인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15분 사고 발생 지점 폐쇄회로(CC)TV 영상. 경찰청 제공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첫 넘어짐이 발생한 이후 15초간 뒤편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도되는 상황이 4차례 이어졌다”며 “이 상황을 모르는 위쪽 인파가 계속 밀려 내려오는 상황이 10분간 지속되면서 10m에 걸쳐 수백명이 겹겹이 쌓이고 끼이는 압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수사 자문역할을 한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밀도 추정 감정서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사고 발생 골목 아래쪽에만 1800명 정도가 몰려 있었다”며 “피해자 1인 평균 224∼560㎏ 정도의 힘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수가) 10분 이상 저산소증을 겪다가 외상성 질식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원역에서는 참사 당일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승차 인원(2129명)보다 약 4배 많은 8068명이 하차했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는 시간당 약 1만명씩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 골목의 경사도와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등 지역적·장소적·시기적 요인도 참사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특수본은 판단했다.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첫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 경찰청 제공 사진 크게보기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첫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 폐쇄회로(CC)TV 영상 자료. 경찰청 제공

이상민 장관 등 ‘윗선’ 수사 없이 종료

특수본은 두 달 보름 가까이 500여명을 투입해 압수물 14만여점을 확보하고, 사건관계자 538명을 조사했다. 경찰·구청·소방·교통 관계자 등 24명(구속 6명·사망 1명)을 입건해 2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특수본은 여러 기관의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이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이 구속송치됐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마포청사 입구에 걸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현판 모습. 성동훈 기자

서울 마포청사 입구에 걸린 ‘이태원 핼러윈 참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현판 모습. 성동훈 기자

출범 73일 만에 사실상 종료된 특수본 수사는 ‘용두사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의 잘못으로 참사가 발생했다는 결론을 내리고서도 주무부처나 상급기관의 수장들은 수사대상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손 본부장은 “법리검토를 거친 결과, 행정안전부, 서울시, 경찰청 등 기관은 사고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 구체적 주의 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수사종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특수본은 이날 이후 단계적으로 해산하고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등에서 일부 남은 사건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를 통해 근무지 이탈 등 직무상 비위가 확인된 공무원 15명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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