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불
안녕달 글·그림
창비 | 68쪽 | 1만6000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쌓인 눈 위로 발자국을 콩콩 찍으며 할머니 집에 간다. 추위를 뚫고 도착한 뜨끈한 방의 구들장. 후끈한 열기에 가방도, 패딩 점퍼도, 양말도 훌러덩 벗고 편안한 내복 차림으로 꽃무늬 솜이불에 쏙 파고든다. 얼었던 몸이 찌르르 녹는다. ‘따뜻해’ 행복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절절 끓는 아랫목과 두꺼운 이불 사이에는 비밀스러운 공간이 펼쳐진다. 노란 장판 위 크고 작은 동물들이 곤히 자고, 옆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달아오른 밥그릇에 물을 끼얹으며 사우나를 즐긴다. 이 찜질방의 특별 메뉴는 곰이 엉덩이 열기로 쪄낸 ‘곰 엉덩이 달걀’과 할머니가 얼음판 밑에서 떠낸 ‘얼음 할머니 식혜’. 아이의 상상 속에서 작은 방 이불 속, 평범한 공간은 후끈한 사우나, 신나게 뛰노는 골목길, 썰매 타는 강가로 종횡무진 확장된다.
포근하고 따뜻하다. 겨울날에 더 반가운 감각을 품고 아침달이 돌아왔다. 지난여름엔 잘 익어 쩍 갈라진 수박 속을 헤엄치며 즐겁게 더위를 났다면, 이번엔 솜이불 아래 찜질방에서의 유쾌한 겨울나기다. 전작 <수박 수영장>에서 더위 속 시원한 여름을 그려낸 작가답게 추위 속 따스함도 발랄하게 펼쳐냈다. 계절과 판타지 공간을 연결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또 한 번 돋보인다.
“뜨끈한 온돌 방바닥에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차가운 식혜를 마시는 기분으로 이 책을 봐주세요.”
작가의 말처럼 책은 따끈하고 “시원하다!” 사우나를 즐기며 외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말처럼. 기분 좋게 노곤하고 평온한 겨울의 풍경이다.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사락사락 할머니 손길에 단잠에 들고 아빠의 등에 업혀 가는 아이의 몸은 따끈하다. 온기는 그렇게 전해진다. 책 속에선 늦은 퇴근 후 혼자서 잠든 아이를 업고 집으로 가야 하는 남자도, 겨울잠을 자는 먼 곳의 동물들도 외롭지 않다. 그 누구도 외롭지 않은, 춥지 않고 따끈한, 시원한 겨울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