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다감함과 다정함의 차이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다감함과 다정함의 차이

입력 2023.01.14 03:00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변치 않는 가치가 있다고 하면 그건 아마도 ‘동정’일 것이다. 다른 존재와 같은 정이 된다, 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오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가 타인을 돕는 이유도 단순히 누군가를 불쌍히 여겨서가 아니라 내가, 나의 아이가, 저런 상황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데서 나온다. 그만큼 누군가의 마음이 되어보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한 사람들을 보고 다정하다거나 다감하다고 말한다. 다정함, 다감함, 동정, 이러한 단어들은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고 그러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나름의 기준으로 이 단어들을 정리해 두고 싶다.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사실, 하나의 언어를 확실히 해두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말장난처럼 보일지라도 숫자보다 언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숫자의 공식보다는 말을 조감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예를 들면 혼자서 말놀이를 자주했다. 한 음절의 띄어쓰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하는. “네 그 맘 내 참 잘 알 듯.” 아니면 띄어쓸 때마다 한 음절씩 늘어나는 문장을 쓰는. “나 정말 너만을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사랑했으니까.” 이런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 싶었는데, 언젠가 만난 누군가가 혼자 있을 때 저는 이러고 많이 놀아요, 라고 말해서 그도 나도 뭐 이런 사람이 있지, 하고 서로를 바라본 기억이 있다.

다시 돌아와서, 동정하는 사람이 되려면 다감한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타인의 마음이 되어보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스스로 여러 개의 감정의 페르소나를 써 보는 경험을 부단히 해 나갈 때 비로소 타인의 마음과 닿을 수 있다. 그러하지 않으면 타인의 마음이 되어보고자 하다가도 결국 서로는 다른 사람이구나, 나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 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어떻게 그런 연습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사람이겠으나 흔치 않을 것이고, 누군가는 배워서 그런 사람이 되겠으나 역시 어려울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간신히 그런 사람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런 사람이 되는 일을 거부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이 역시 지능의 영역이다. 습득해 나가며 현명함, 지혜로움, 영리함에 다다르는 것이다. 나는 그다지 현명한 사람은 아니어서 몇 가지 경험을 통해 그러한 삶을 지향하는 게 옳다는 태도를 가지게 됐다.

다감한 사람이 되는 연습을 선행할 때, 우리는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다정은 주변의 모든 존재에게 자신의 정을 보낸다는 뜻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단 한 사람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친구에게, 필요한 사람에게만 정을 주고자 노력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한 사람에게만 정을 주는 사람을 다정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런 선택적 동정을 우리는 이기주의라고도 말한다. 물론 애인에게만 주어야 할 애틋한 정이라는 것도 있겠으나,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 라는 데서는 다정함의 가치가 피어오르기 어렵다.

얼마 전 보았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에서 주인공 진도준은 자신의 할아버지 재벌 진양철에게 주식 가격이 폭락하여 피해를 본 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때 진양철은 답한다. “도준이 네가 그 사람들 걱정을 왜 하노. 니는 평생 그래 살 일이 없다. 내 손자니까.” 진도준은 전생에 그 당사자였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그가 타인을 순수하게 동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는 동정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애써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을 넘어, 숫자와 브랜드가 같은 사람들에게 한정적으로 더욱 다정과 친절을 보내는 요즘이다. 그러나 내가 마음을 보내야 할 대상은 어디에나 있다. 다감한 사람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인을 동정하고, 그것으로 다정한 사람이 되고자 할 때, 우리는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