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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기재부

  •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기획재정부가 새로 짓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동네 종합병원 규모인 500병상 규모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800병상 규모로 새 병원을 지어 세계적 수준의 감염병 병원을 만들려던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기재부는 이미 서울에 대형병원이 몰려 있어 굳이 큰 병원을 더 지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대형병원이 많아도 정작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으면 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지난 3년 코로나19 유행 내내 이 같은 일은 현실이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날 때마다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했던 것은 정부 말처럼 진짜로 병상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한국의 병상 수는 미국과 유럽의 2~3배가 넘고 오미크론 유행 이전까지 확진자 수는 미국과 유럽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한국은 병상이 많았지만 외국과 달리 병원들이 코로나 환자에게 병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병상 부족’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외국에 비해 병상은 차고 넘쳤지만 코로나19에 확진된 국민들에게 병상을 내주는 병원이 없으니 제때 입원하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노인들이 큰 종합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받아 보지도 못하고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코로나 고려장’이 되풀이된 것이다.

100번을 양보해 정부의 곳간을 지켜야 하는 기재부이니 예산을 아끼려고 국립중앙의료원의 규모를 축소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재부의 이런 결정은 몇 년 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다시 유행하면 반대로 엄청난 국가 재정을 낭비하게 만드는 결정이 될 것이다.

정부가 병원들에 코로나 환자를 보게 하려고 지급한 손실보상금은 8조원을 훌쩍 넘어선 반면 기재부가 국립중앙의료원의 규모를 축소해서 줄인 예산은 615억원에 불과하다. 기재부가 국립중앙의료원 병상 274개를 줄이는 대신 민간병원에 같은 수의 환자를 1년 동안 진료하게 하려면 줄인 예산의 약 10배를 손실보상금으로 주어야 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결정이며 푼돈 아끼려다 목돈을 낭비하는 꼴이다.

민간병원이 어려워하는 여러 가지 병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중증 감염병 환자 진료를 위해서도 국립중앙의료원은 대학병원 규모가 되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되는 뇌졸중 환자나 중증 외상환자도 코로나19 환자로 밝혀지면 구급차로 거리 떠도는 일이 적지 않았다. 기재부 결정대로 국립중앙의료원의 규모가 축소되면 이런 중증 감염병 환자는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다시 거리를 떠돌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기재부의 근시안적 정책 결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작할 때 재정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요양병원을 장기요양보험에 포함시키지 않은 결과 당시 1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요양병원 건강보험 진료비가 2021년 6조2000원으로 늘어났다, 요양병원 입원이 통제되지 않은 탓에 같은 기간 병·의원 진료비보다 약 2배 더 빠르게 늘어났다. 기재부가 정부 곳간지기 역할을 정말로 잘하고 싶다면 전문성도 없으면서 시시콜콜한 결정까지 독점하지 말고 각 부처 예산의 총액만 잘 관리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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