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달력을 보면, 양력으로 신정이 있고 음력으로 설날이 있다. 희망찬 새해를 맞는 기대가 크다면,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여러 번 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일영 한신대 교수
그러나 올 초에는 여기저기서 새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언사들이 쏟아졌다. 그래서인지, 새해 인사에도 좀처럼 흥이 나지 않는 분위기였다.
2022년의 격변의 효과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단언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미래는 미리 결정되어 있다기보다는 현재의 행위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도 있는지라, 공포가 전염·확산하는 것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엇갈리는 시그널을 함께 점검해보는 것이 섣부른 비관과 공포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세계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2022년 2월 급작스러운 전쟁 발발 후 에너지·식량 시장이 크게 흔들렸으나, 이후 4~5개월이 지나면서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세를 회복했다. 러시아는 원유, 정제유, 천연가스, 밀 등을 주로 수출하는 나라다. 원유가격을 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전쟁을 전후하여 배럴당 90달러대에서 120달러대로 폭등했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22년 11월 이후에는 70달러대로 하락했다. 천연가스 가격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국제 밀 선물가격도 2022년 2월 말에서 6월 중순까지 부셸당 800달러 수준에서 1200달러대 수준까지 폭등했다가, 2022년 7월 이후에는 800달러대 수준으로 다시 내려왔다.
2022년 세계경제를 결정적으로 뒤흔든 것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다. 미국은 2022년 5월 0.25~0.5%이던 기준금리를 12월15일 4.25~4.5%까지 인상했다. 불과 7개월 만에 4%포인트를 올린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2021년부터 시작되었으나 공급망 교란이 더해지자 과격한 조치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누르려 했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2022년 6월 인플레이션율은 9.1%로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022년 12월의 6.5% 인플레이션율도 높은 수준이고, 2% 인플레이션율까지 긴축을 지속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장단기 금리 격차는 2022년 11월 이후 계속 확대되는 중이다. 시장은 연준의 목표가 비현실적이고,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고금리는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미국의 긴축정책을 그대로 추종할 상황이 되지 못한다. 세계은행은 연초에 2023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하향 수정했다. 미국은 0.5%, 유로존은 0%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도 경기하강 방어가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상황은 세계경제의 성장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22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에 그치면서 세계경제에도 충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중국은 시진핑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성장 회복을 위한 확장 정책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곧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에 따른 코로나19 확산세는 곧 진정되고, 봉쇄 해제에 따른 서비스업 회복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부동산시장과 IT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대대적인 내수확대 정책도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지닌 중국이 급격히 주저앉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한국은 나름대로 적응과 혁신의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2022년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은 베트남(342억5000만달러)이었고, 미국(280억달러), 인도(100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UAE의 300억달러 투자 공약, 사우디아라비아의 300억달러 투자협약 등도 낭보이다.
미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구상에 한국이 참여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도 섣불리 포기할 수 없다. 또한 동남아, 인도, 중동을 잇는 시장 벨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하게 갈등하는 중에, 한국과 같은 민첩한 산업 능력을 찾는 수요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현실에서 창의적인 균형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오랜 친구들과의 새해 덕담에서, 지나친 걱정은 떨치자고 다짐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자”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가자”고 다독였다. 2023년에는 부디 경제가 좋아지기를 기대해본다.